France 82

Seguret, Selection Laurence Feraud, 2007

내 10대 초중반의 기억;누나들을 밥상에서 밀어내고 항상 나를 끼고 돌았던 외할머니는 불교 신자였다.병환으로 갑자기 돌아가시기 전까지 당신께서 믿고 따르던 스님의 불사에 미력을 보태고자 애를 쓰셨다. 외할머니는 절간에 열심히 다니셨지만 맘 속 우환은 적지 않으셨던 것 같다.거꾸로 생각하면, 그러셨기에 부처님 말씀을 통해서 삶을 다스리고자 하셨을지도 모른다.그럼에도 불구하고, 할머니는 아침 저녁으로 암송하는 불경의 글자들을 쌓아놓은 것 만큼 두꺼운,그리고, 알아들을 수 없는 그 범어들 만큼이나 근본을 이해하기 어려운, 그런 집착을 가지고 계셨다.외할머니께서 열심으로 지원했던 젊은 선승들이 세월이 흘러 지금은 높이 받들어지는 고승들이 되셨지만,정작 우리 외할머니는 일순 해탈하시기 직전까지 수 많은 苦를 품고..

France/Rhone 2012.05.28

Cotes du Rhone, Domaine du Grand Tinel, 2007

Cotes du RhoneDomaine du Grand Tinel2007Grenache, Mixed 한 모금, 첫 느낌에서 실력 있는 와이너리의 강한 자부심을 느낄 수 있다.조화롭고 우아한 와인.하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기대하는 강 펀치가 나오지 않는다.도멘의 자부심이 아무리 높아도 나에게 기쁨을 주지 않으니 안타깝다.조금만 더 보여줬다면 my little baby가 될 수 있었을텐데 아쉽다. ["Pride and Joy," Stevie Ray Vaughan and Double Trouble, Texas Flood, 1983] http://youtu.be/NU0MF8pwktg 내가 좋아하는 여러 Bourgogne Appellation에서는 개성 있는 피니쉬를 경험할 수 있는데 반해,이 Rhone 와인은 시..

France/Rhone 2012.04.15

Bourgogne, Domaine Duroche, 2008

["Seven Days," Craig David, Born to Do It, 2001] http://youtu.be/ABuWphlnZ1A Craig David의 "7 days" MV를 보면서많은 이들이 빌 머레이 주연의 추억의 명화 "Groundhog Day (사랑의 블랙홀, 1993)"를 연상할 거다. 立春大吉, 새절 드는 딱 이즈음 계절을 배경으로 하는 영화다.(Groundhog day가 영어권에서는 우리의 입춘, 경칩 비슷한 날이라고 한다)포스터 속의 20년 전 Bill Murray 얼굴과 엊그제 소녀시대가 출연했던 레터맨쇼에 보조 MC로 나왔던 할어버지 같은 그의 얼굴을 비교해 보면, Groundhog day에서 반복되던 그의 매일이 도대체 얼마나 흘렀는지 상상하기 힘들다. (남이 보면 내 얼굴 ..

France/Bourgogne 2012.02.08

Moulin a Vent, Clos de la Tour, 2009, Vincent Girardin

Moulin a VentClos de la Tour2009Vincent GirardinGamay 차례 지낸 후 한 상 가득 식사 잘 하고, 차례주로 음복도 맛나게 하고,피곤한 몸을 온돌에 잘 펴서 뉘어 말리다가 문득 쉬는 게 더 피곤한 느낌이 들어조카를 태우고 자유로 드라이브를 다녀왔다. 조카는 이 어려운 시절에 졸업과 함께 취직하여 이제 제대로 사회 초년병이 되었다.갓 연수원 교육을 마치고 나와 설 연휴에 우리 집을 찾아주니 고맙다.이 아이를 위해 신선하고도 품위 있는 걸로 한 병 깠다. 자유로 한강/임진강변 드라이브는 뭐니뭐니해도 늦여름 비갠 후 볼 수 있는 총천연색 '자유로의 석양'이 제1감이지만오늘은 그냥 콧구멍에 바람만 넣어도 만족이다.수년 전부터는 이 길도 차들이 많아져서 운전 중에 여유가 부..

France/Beaujolais 2012.01.23

Chardonnay De La Chevaliere, Beziers, 2007, Laroche

Chardonnay De La ChevaliereLaroche2007Beziers, South of France 오늘의 히트! 빛깔이 더하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딱 Chablis 금빛이다.향도 Bourgogne Chardonnay 딱이다.하지만 맛은 (내 기억과) 좀 다르다.좀 더 터프하고 개성 있는 느낌이다. (과일 맛은 덜하고 대신 버터 느낌의 뒷맛이 돈다)오늘 첨으로 Vin de Pays지만 수준 있는 南佛 와인을 만나서 즐겁다. (마트를 계속 뒤질 이유가 생겼다) 비록 Chablis 태생은 아니지만, 그 (Laroche) 유전자를 가지고 있고, 샤블리 못지 않은 표현을 하는 와인이라면,정가 구천원의 할인 가격표을 달고 구석진 선반 위에 외로이 서 있는 와인을 우리가 모른 채 해서는 안되지 않을까?내..

Bourgogne, Hautes Cotes de Nuits, 2008, Gros Frere et Soeur, Chardonnay

BourgogneHautes Cotes de NuitsChardonnay2008Gros Frere et Soeur Gros Frere et Soeur Chardonnay --> Laurent Pere et Fils Cuvee "MCMXXVI" --> Vincent Girardin Chambolle-Musigny --> Duroche Bourgogne Chardonnay로 시작한 어제 마포회는 즐거웠다.지난 봄 이후 간만의 만남인데다 Jake의 와인 협찬 덕분에 남자들의 수다가 끝없이 이어졌다.홍마담의 무딘 공격을 받아내느라 공력을 좀 분산시키기는 했지만, 그 또한 재미있었고,좋은 와인 즐기기에는 부족함이 없었다.(식당에서 그럴듯한 글래스를 제공해 주어서 좋았음. 마포주물럭 맛있어요!) 한 자리에서 여러 ..

France/Bourgogne 2011.11.19

Noble, Lussac Saint-Emilion, 2007

마눌님 김장 준비에 가을이 깊어 간다.공원의 단풍도 거의 다 지고, 경비실 옆 커다란 감나무는 이미 까치밥만 남기고 앙상한 모습이다.출근 길, 집을 나서면 내일은 좀 더 따뜻한 옷으로 입어야겠다는 생각이 들고,퇴근 길에 차에 오르면 운전석이 써늘해 한기가 잔등을 타고 올라온다. 습관적인 마눌님의 우울한 얼굴이 내 식욕을 잡아먹곤 하지만그래도 올 가을은 비교적 쾌활하고 안온한 느낌이다. 잦은 청첩에 주말마다 예식장으로 불려다니며정작 우리 기념일이 잊혀질 것 같아 기억하고 또 기억해 두었다.하지만 정작 내일 17주년은 별 행사 없이 그냥 넘길 듯하다.강릉에 다녀오자고 꼬드겨 보지만 만사 귀찮다는 투다.다음 주는 저녁 약속이 많으니 컨디션 조절에 힘쓸 일이다. ["It Never Entered My Mind,..

France/Bordeaux 2011.11.12

Chateau Malescasse, 2007, Cru Bourgeois, Haut-Medoc

Chateau Malescasse2007Cru BourgeoisHaut-MedocCabernet Sauvignon, Merlot, Cabernet Franc Cru Bourgeois 등급은 메독지구의 또 다른 등급분류로 2007년에 폐지되었다 하니,이놈이 Cru Bourgeois를 달고 있는 마지막 빈티지일 듯하여 흥미롭다.하지만 와인 자체로는 별 감흥을 얻지 못했다. 만일 Chateau Malescasse가 Bordeaux 와인을 대표한다면,감히 나는 보르도 와인에는 추구할 무엇이 없다고 말하겠다.ain't no soul in the heart of the wine.그냥 칠레 와인 코너에서 고른 반값짜리가 더 낫다. ["Ain't No Love in the Heart of the City", Bobby..

France/Bordeaux 2011.10.28

Gevrey-Chambertin, 1er Cru, Estournelles-Saint-Jacques, Domaine Duroche, 2007

오늘 마눌님께서 키 크고 커다란 Jake네 글래스를 보고 맘에 들어하셨다. "풀 한 포기 심어 놓으면 이쁘겠다" 신다. (됐고) 친구 덕분에 한 포기 풀잎처럼 생생하고 상큼한 와인 한 잔 시음했다. Gevrey-Chambertin이나 Estournelles-Saint-Jacques 특징은 잘 모르겠다. (능력도 안되지만...) 내가 알고 있는 Domaine Duroche의 개성이 그대로 드러났다. 마치 포도줄기째 담근 듯한 쌩한 맛~ 향기는 훌륭하지만 입안을 긴장하게 하는 자극적인 맛은 아무나 좋아하기 어렵다. Gevrey-Chambertin 1er Cru Estournelles-Saint-Jacques Domaine Duroche 2007 소리가 좋은 와인 글래스는 보기에도 깨질 것처럼 생겼다. 차갑고..

France/Bourgogne 2011.10.14

Chablis, 1er Cru, Les Lys, 2006, Dominique Laurent

파주 성동리 프로방스 앞은 지날 때마다 장마당이다. 휴일 오후 여느 백화점 주차장 입구 못지 않은 차량 행렬이 이어진다. 하지만 오늘은 왠걸, 맛고을 입구부터 한가하다. 그래서 혼자 나름대로 생각한 게 '붐비는 건 일요일이었나 보다, 오늘은 토요일이고, 토요일은 원래 그렇게 붐비지 않나 보다' 였다. 하지만 돌아오는 길에 마눌님과 이 이야기를 하면서 정답을 찾았다. 오늘 토요일 오후에 성동리 맛고을이 한가한 이유는 다름 아닌 지금이 아이들 시험기간 (직전)이기 때문이었다. 난 그 말을 듣고 바로 동의했다. 중3 엄마의 정확한 판세 분석이라고... 덕분에 약속시간 5분 전에 김상무님 내외보다 먼저 도착해서 서빙하시는 분에게 와인 잔 4개를 부탁해서 준비할 수 있었다. 장어구이 집이어서 혹시 맥주잔에 마시게..

France/Bourgogne 2011.10.08

Bourgogne, Domaine Duroche, 2008

Bourgogne Pinot Noir 2008 Domaine Duroche 아~ 덥다.끈저억 끈저억 무덥다. 어젯밤은 올 들어서 처음으로 제대로 된 여름 밤이었다. (우리집 기준으로)오랫만에 와서 하루 머물고 가는 식구들 덕에 실내 온도는 평소보다 더 상승했다. 여름 밤.낮에 쏟아진 빗물이 오후 내내 습기를 만들어이 높은 이십층까지 올라와 주위를 가득 채웠다.끈끈한 공기가 숨쉬기를 귀찮게 했다. 냉장고에서 꺼낸지 얼마 지나지 않았는데도 와인은 금새 덥혀져 향을 마구 토해냈다.Domaine Duroche의 짙은 향이 안 그래도 힘든 호흡을 더욱 가쁘게 만들었다. 그런 밤에 꿈꿔보는 환상은 강 건너 불빛이 몇 개 보이지 않는 인적 없는 넓은 강가로 반바지 하나 걸치고 나가 뗏목을 띄우고 누워 밤하늘의 출렁거..

France/Bourgogne 2011.08.07

Ph. Bouchard & Cie, Syrah, 2006

여러 달 전이었다. 그녀에게 처음 속은 것은.그녀는 큰 키와 늘씬한 몸매에 목소리도 상냥하고 매력적이다.항상 올림머리를 하고 앞치마 유니폼을 단정하게 입고 있는 그녀는우리 내외가 매번 장보러 가는 마트의 와인코너 담당자다.그 모든 것이 그녀의 장점이지만, 그녀의 와인 추천 만은 (적어도 나에게는) 별로였다.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 이후로도 몇 번이나 더 속았다.매번 묻지 말고, 듣지 말고, 내 느낌대로 고르겠다고 다짐하지만, 나는 종종 그녀에게 속고 만다.그저 주말 저녁 식탁을 위한 소박한 와인을 고르는 것이니 뭐 특별나게 좋은 와인을 고르는 것도 아니건만나는 꼭 그녀의 추천을 귀담아 듣고 만다. 그리고 저녁이 되면 후회를 하는 것이다.아마도 마트표 와인이라는 것들이 추천을 필요로 하지 않는 낮은 수준..

Vosne-Romanee, Vieilles Vignes, Vincent Girardin, 2007

Vosne-RomaneeVieilles VignesVincent Girardin2007 와인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경고가 필요하다.당신이 와인을 사랑할 수는 있지만 와인이 당신을 어떤 식으로 대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알고 있어야 한다고...어느 날 정말 매력적인 와인을 만난다면, 그것은 'Femme Fatale'일 수도 있다.당신한테서 영혼을 훔쳐가고 오직 눈물만 남겨놓을지 모르는... ["I Was Warned," Robert Cray, I Was Warned, 1992] http://youtu.be/gdV0godFW10

France/Bourgogne 2011.07.24

Santenay, Vieilles Vignes, Vincent Girardin, 2008

SantenayVieilles VignesVincent Girardin2008 한동안 못 봤더니 그 모습이 새롭다.입 안을 자극하며 달려드는 풍미가마치 나에게 매달리며 묻는 듯하다. Am I the one that you love? ["Am I the One?", Beth Hart, Immortal, 1996] Live at paradiso http://youtu.be/UgrBn072lMU 두말할 필요 없이, 잠시도 지체할 이유 없이나는 대답한다. "Yes, you're the very one." 많고 많은 와이너리 중에Bourgogne 와인으로 나를 이끌었던 Vincent Girardin 오랫만에 좋은 와인을 보니시간 가는 줄을 모르겠고, 첨 뵙는 분들도 친구 같다.Cafe 0.15 번창하시고,오늘 오..

France/Bourgogne 2011.06.05

Chateau Trocard, Bordeaux Superieur, 2006

오늘이 스승의 날이라는군.가수 황보가 초1,2 때 자기를 심히 때렸던 선생을 기억하는 글을 트위터에 올렸다고 인터넷 기사가 떴다. 나는 12년 동안 거의 맞은 기억이 없다. 얼뜨기 샌님이었으니까.하지만 무수히 많은 친구들이 무수히 많이 맞는 것을 본 기억들은 무수히 가지고 있다.고1(2?) 때, 점심시간에 풀밭에 누웠다 깜빡 잠들어 5교시에 늦게 들어온 죄로, 잘 생긴 (이젠 오래 되어 이름도 기억 안나는) ***는 국어(한문)선생 문**에게 뭐라고 형언할 수 없을 만큼 맞았다.지금은 좀 달라졌으리라 기대를 가져보지만, 아직도 나는 이 나라 학교 선생들이 폭력을 가방처럼 몸에 지니고 다니리라 그냥 무의식적으로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제발 우리 아들이 그 희생양이 되지 않기를 빌 뿐이다.영화 '말죽거리 잔혹..

France/Bordeaux 2011.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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