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ance/Bordeaux

Chateau Trocard, Bordeaux Superieur, 2006

winenblues 2011. 5. 15.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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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이 스승의 날이라는군.

가수 황보가 초1,2 때 자기를 심히 때렸던 선생을 기억하는 글을 트위터에 올렸다고 인터넷 기사가 떴다.

 

나는 12년 동안 거의 맞은 기억이 없다.  얼뜨기 샌님이었으니까.

하지만 무수히 많은 친구들이 무수히 많이 맞는 것을 본 기억들은 무수히 가지고 있다.

고1(2?) 때, 점심시간에 풀밭에 누웠다 깜빡 잠들어 5교시에 늦게 들어온 죄로, 잘 생긴 (이젠 오래 되어 이름도 기억 안나는) ***는 국어(한문)선생 문**에게 뭐라고 형언할 수 없을 만큼 맞았다.

지금은 좀 달라졌으리라 기대를 가져보지만, 아직도 나는 이 나라 학교 선생들이 폭력을 가방처럼 몸에 지니고 다니리라 그냥 무의식적으로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제발 우리 아들이 그 희생양이 되지 않기를 빌 뿐이다.

영화 '말죽거리 잔혹사'를 보면서 향수를 느끼는 것은 전혀 과장되지 않은 그 사실성 때문이다.

 

세월이 흘러 동기 동창들은 졸업 몇 해가 되었네...  하며 스승을 모시고 하루를 즐기는 모임도 갖곤 하지만

오히려 나는 세월이 갈수록 그때의 그 장면들이 점점 더 끔찍한 상처로 다가오고,

그분들을 다시는 보고 싶지 않다는 생각만 하게 된다.

막상 마주하면 웃는 낯으로 안부를 물어야 할텐데, 그런 가식으로 가득찬 난감한 상황을 어찌 견딜 수 있단 말인가?

나에게 학창시절 선생은 스승인가 아니면 중대장이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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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모호한 날이다.

맑은 듯도 하고, 황사 때문에 흐린 듯도 하고,

바람이 부는 듯도 하고, 햇살이 따뜻한 듯도 하다.

Merlot로 빚은 와인은 개성 없이 부드러운 듯도 하고, 개성 있이 신비한 듯도 하고,

그 빛깔이 붉지만, 실제로는 검은 듯하다.

그러니 모호한 인생을 위하여 한 잔.

희미한 학창을 추억하며 또 한 잔.

 

  

Chateau Trocard

Bordeaux Superieur

2006

Merlot, Cabernet Sauvignon, Cabernet Fran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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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ck Bottom," Omar & the Howlers, Muddy Springs Road, 1995]

  

  



http://youtu.be/HU7lEVAymo0

   

Black Bottom, 묘한 제목이다.

검은 바닥? 검은 궁디? 검은색 하의? ......

 

대학교 1학년 때,

회계원론 강의 중에 교수님이 질문하셨다.

"... 그래서 손익계산서 bottom line을 봐봐.  검은색(흑자)이야, 붉은색(적자)이야?"

고등학교를 갓 졸업하고 국/영/수에 짓눌린 얼띤 청(소)년이 기업용 재무제표를 이해하는 것은

철학개론 강의를 이해하려고 애쓰는 것 못지 않게 어려운 일이었지만,

흑자가 왜 黑字고 적자가 왜 赤字인지는 그때 알게 되었다.

영어 bottom line을 대화 중에 섞어쓰는 것도 자연스러워졌다.

 

그날 이후로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세월 동안

회사에서, 집에서  손익계산서를 다루며 살고 있지만

bottom line에 붉은 색이 뜨지 않게 만드는 일은 언제나 쉽지 않은 일이다.

이 노래 덕으로 매일 black bottom line을 만들 수 있게 된다면 행복한 일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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