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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xin, 1er Cru, Dominique Laurent, 2006

Fixin 1er Cru Dominique Laurent 2006 둥글둥글 부드러우면서도 단단한 짜임. 몸으로 말하려는 듯, 성숙하고 농염하다. 입으로 만지지만 눈으로 보는 듯한 매력을 발산한다. 스포츠 세단처럼 세련되게 잘 빠졌고, 명품으로 휘감은 듯 눈부시다. 헐리우드 영화에 나오는 부유하고 젊은 Yuppie를 보는 것 같다. 가까이 하기엔 위험한 종족이다. (전에도 얘기했다시피 이건 경고다) ["Hotel California," Eagles, Hell Freezes Over, 1994] https://youtu.be/GY2euCvZ_F4 Hotel California에 한 번 찾아든 손님은 그 매끈하고 세끈한 매력에 끌려들어가고, 이미 도구의 노예가 되어버린 예쁜 남녀들과 어울려 쾌락의 늪으로 점점..

France/Bourgogne 2012.06.21

Dom Riesling, Mosel, Trocken, 2010

어제 공원 한 바퀴를 땀나게 돌고나서 돌아오는 길에 마트에 들렸다. 마눌님이 커다란 새우 한 팩을 집어들기에 기대하는 목소리로 물었다. "오늘 저녁 요리야?" "신문에 간단한 레시피가 떴길래 함 해보게..." 날 더워지고 입맛도 잃어가는 듯했는데 별식이라니 반갑다. 저녁식사 후에 따로 술상을 차려 장동건 나오는 연속극을 흘려 보면서 마눌님의 솜씨를 감상했다. 새우 살은 쫀득하고, 디핑소스는 광동요리나 동남아풍을 연상시켰다. 달지 않은 (Trocken) Riesling과 함께 했다. 와인의 색깔이 엷고 맛은 깨끗하고 준수했다. 산미가 좀 있었다. 미세한 기포가 초반에 아주 조금 나오는데, 딱 그만큼의 풍미가 느껴졌고, 풍성한 향그러움을 찾기는 어렵다. 몸이 피곤해서 그랬는지 약간 단 맛 도는 와인이 고픈 ..

Seguret, Selection Laurence Feraud, 2007

내 10대 초중반의 기억;누나들을 밥상에서 밀어내고 항상 나를 끼고 돌았던 외할머니는 불교 신자였다.병환으로 갑자기 돌아가시기 전까지 당신께서 믿고 따르던 스님의 불사에 미력을 보태고자 애를 쓰셨다. 외할머니는 절간에 열심히 다니셨지만 맘 속 우환은 적지 않으셨던 것 같다.거꾸로 생각하면, 그러셨기에 부처님 말씀을 통해서 삶을 다스리고자 하셨을지도 모른다.그럼에도 불구하고, 할머니는 아침 저녁으로 암송하는 불경의 글자들을 쌓아놓은 것 만큼 두꺼운,그리고, 알아들을 수 없는 그 범어들 만큼이나 근본을 이해하기 어려운, 그런 집착을 가지고 계셨다.외할머니께서 열심으로 지원했던 젊은 선승들이 세월이 흘러 지금은 높이 받들어지는 고승들이 되셨지만,정작 우리 외할머니는 일순 해탈하시기 직전까지 수 많은 苦를 품고..

France/Rhone 2012.05.28

Torre del Falasco, Valpolicella, Ripasso, 2010, Cantina Valpantena

가까운 곳에 사는 이전 직장 동료 오씨 아저씨가 이밤에 전화를 걸어왔다.집 앞까지 와서 출장지에서 사온 원두커피 큰 봉지 하나를 주고 갔다. 봉지를 열어보니 새카맣지 않고 갈색 톤인 원두가 부드러운 맛을 예고한다.프랜차이즈 커피집의 쓴 듯, 탄 듯한 맛을 싫어하는 오씨 아저씨의 취향이다. 나도 그게 좋다.부산하게 준비해서 한 잔 맛을 보니 딱이다.감사합니다. 한 동안 잘 마시겠습니다. 최근 한 동안은 저녁 식사 후에 커피 한 잔과 치즈 한 조각을 즐겨왔다.다른 맛이 첨가되지 않은 브리 치즈와 커피는 정말 잘 어울린다.치즈도 살고, 커피도 산다. ["Am I Wrong," Al Kooper, Black Coffee, 2005]https://youtu.be/9hnoC5rB1ag 누구나 흔히 와인 안주로 치즈..

Italy/Veneto 2012.05.13

Cotes du Rhone, Domaine du Grand Tinel, 2007

Cotes du RhoneDomaine du Grand Tinel2007Grenache, Mixed 한 모금, 첫 느낌에서 실력 있는 와이너리의 강한 자부심을 느낄 수 있다.조화롭고 우아한 와인.하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기대하는 강 펀치가 나오지 않는다.도멘의 자부심이 아무리 높아도 나에게 기쁨을 주지 않으니 안타깝다.조금만 더 보여줬다면 my little baby가 될 수 있었을텐데 아쉽다. ["Pride and Joy," Stevie Ray Vaughan and Double Trouble, Texas Flood, 1983] http://youtu.be/NU0MF8pwktg 내가 좋아하는 여러 Bourgogne Appellation에서는 개성 있는 피니쉬를 경험할 수 있는데 반해,이 Rhone 와인은 시..

France/Rhone 2012.04.15

Root: 1, Carmenere, 2008

아이들을 모두 내보낸 후 아주 오랫만에 마눌님과 산책을 나섰다. 차 타고 좀 멀리로... 심학산 둘레길로 짧은 하이킹을 다녀왔다. 한 시간 남짓 모르는 길 물어가며 심학산 둘레를 숨차게 돌고, 하산 길에 Jake네 카페에 들러서 아이스 더치 커피 한 잔씩으로 가쁜 숨도 돌리고... 꼬맹이에게 읽힐 만화책도 좀 빌려왔다. 덕이동 동태탕 점심은 별로였다. 먹는 맛도 그저 그랬지만, 주문 후에야 든 생각 때문에 기분도 찜찜했다. 작년 일본 원전 사고 이후로는 명태, 대구는 입에 대지 않아 왔는데 오늘은 깜박했기 때문이다. 날이 저물면서 종아리도 노곤해지고 시력도 나른해졌다. 어제 마시다 남은 와인을 잔에 따라 맛을 보니, 와인도 나른한 맛이다. 애초에도 개성은 별로였지만, 오늘은 그마저도 순돌순돌 구수한 느낌..

Others/Chile 2012.04.08

Turning Leaf, Cabernet Sauvignon, 2009

큰 아이가 며칠 있으면 고등학교에 입학한다.작년, 공부 열심히 하는 체질이 못 되어 힘들어 하다가 미술을 하고 싶다고 하여 미술학원에 보냈다.다행히 학원 선생님의 도움으로 시내의 미술부가 활성화된 학교로 지원해서 붙고(추첨)이어서 그 학교의 미술부에 응시해서 합격했다. 오늘 밤, 미술부 사전 설명회에 참석한 모자를 태우고 집으로 돌아오며 생각했다.'이제 일단 3년 간 아들의 진로 방향은 정해졌으니 그것으로 감사하다.'무엇이 되었든, 지가 하고 싶은 것을 끝까지 하기를 빈다. 고1 때 나도 그림을 그리고 싶었던 적이 있었다.하지만 한 번도 제대로 배워본 적이 없었고,주위에서 이끌어주는 인연을 만나지도 못 했다.성인이 된 이후로 여러 좋은 인연을 만나 순탄한 삶을 살아왔지만,고등학생 정도 나이에 인생의 방향..

USA/California 2012.02.28

Barolo, Antiche Cantine dei Marchesi di Barolo, 2006

Jake에게, 고마왔다. 즐거운 주말 저녁시간을 보낼 수 있어서...덕분에 우리 마눌님 얼굴 발그레해진 모습을 오랫만에 봤다.Bong Pasta 사장님들께도 감사!내내 옆에서 우리를 도와주신 사장님 칭찬을 하려고 하는데받아온 명함에는 봉파스타 전화번호, 주소 말고는 매니저 이름이 없네.그 정도면 이름을 밝혀도 전혀 꿀릴 게 없을 것 같은데... 동석, 고맙다.서울의 어떤 이가 무슨 인연으로 Tokaji를 두번째 마셔보는 호사를 누릴 수 있을까?5 쀼뚀니(맞냐?)가 중요하지? ^^원액 다섯 "통"을 짜서 와인 한 병을 만들었다 이거지? Bourgogne, Domaine Duroche, Chardonnay, 2009Bourgogne, Domaine Duroche, Pinot Noir, 2008 (내가 이거 ..

Italy/Piemonte 2012.02.26

Bourgogne, Domaine Duroche, 2008

["Seven Days," Craig David, Born to Do It, 2001] http://youtu.be/ABuWphlnZ1A Craig David의 "7 days" MV를 보면서많은 이들이 빌 머레이 주연의 추억의 명화 "Groundhog Day (사랑의 블랙홀, 1993)"를 연상할 거다. 立春大吉, 새절 드는 딱 이즈음 계절을 배경으로 하는 영화다.(Groundhog day가 영어권에서는 우리의 입춘, 경칩 비슷한 날이라고 한다)포스터 속의 20년 전 Bill Murray 얼굴과 엊그제 소녀시대가 출연했던 레터맨쇼에 보조 MC로 나왔던 할어버지 같은 그의 얼굴을 비교해 보면, Groundhog day에서 반복되던 그의 매일이 도대체 얼마나 흘렀는지 상상하기 힘들다. (남이 보면 내 얼굴 ..

France/Bourgogne 2012.02.08

Moulin a Vent, Clos de la Tour, 2009, Vincent Girardin

Moulin a VentClos de la Tour2009Vincent GirardinGamay 차례 지낸 후 한 상 가득 식사 잘 하고, 차례주로 음복도 맛나게 하고,피곤한 몸을 온돌에 잘 펴서 뉘어 말리다가 문득 쉬는 게 더 피곤한 느낌이 들어조카를 태우고 자유로 드라이브를 다녀왔다. 조카는 이 어려운 시절에 졸업과 함께 취직하여 이제 제대로 사회 초년병이 되었다.갓 연수원 교육을 마치고 나와 설 연휴에 우리 집을 찾아주니 고맙다.이 아이를 위해 신선하고도 품위 있는 걸로 한 병 깠다. 자유로 한강/임진강변 드라이브는 뭐니뭐니해도 늦여름 비갠 후 볼 수 있는 총천연색 '자유로의 석양'이 제1감이지만오늘은 그냥 콧구멍에 바람만 넣어도 만족이다.수년 전부터는 이 길도 차들이 많아져서 운전 중에 여유가 부..

France/Beaujolais 2012.01.23

Chardonnay De La Chevaliere, Beziers, 2007, Laroche

Chardonnay De La ChevaliereLaroche2007Beziers, South of France 오늘의 히트! 빛깔이 더하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딱 Chablis 금빛이다.향도 Bourgogne Chardonnay 딱이다.하지만 맛은 (내 기억과) 좀 다르다.좀 더 터프하고 개성 있는 느낌이다. (과일 맛은 덜하고 대신 버터 느낌의 뒷맛이 돈다)오늘 첨으로 Vin de Pays지만 수준 있는 南佛 와인을 만나서 즐겁다. (마트를 계속 뒤질 이유가 생겼다) 비록 Chablis 태생은 아니지만, 그 (Laroche) 유전자를 가지고 있고, 샤블리 못지 않은 표현을 하는 와인이라면,정가 구천원의 할인 가격표을 달고 구석진 선반 위에 외로이 서 있는 와인을 우리가 모른 채 해서는 안되지 않을까?내..

Ray's Station, Merlot, 2009

오늘 '나가수'는 참 씁쓸했다.바비킴을 살려주지 않아서 그랬고,항상 환상적인 무대를 선사하는 자우림이 오늘이 막무대라고 (무의식 중에) 과욕을 부려서인지 음악이 좀 오바한 듯해서도 그랬다.지난 몇 주 동안 내내"ㅇ" 모씨와 "ㅈ" 모씨는 제발 그만 봤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사람들 생각이 어디 내 맘 같던가?그래서 씁쓸하다. 500명 그 분들은 현장에 있었고, 나는 TV로만 봤으니,그들이 틀렸다고 비난할 수는 없다.난 그저 아쉬울 뿐이다.내가 원하던 결과가 아니어서... 하루하루 내가 가는 길이 수 많은 갈림길의 연속이듯이사람들이 보는 세상도 그 모양이 다 다르고,그들이 듣는 감동도 다 제각각이다.나는 단지 아쉬울 뿐이고,연속되지 못 한 바비킴의 나가수가 다른 곳에서 더 많은 사람들에게 더 큰 행복으로..

USA/California 2012.01.01

Chianti, Classico, 2007

오전에 수지 갈 때도 수월했는데, 밤에 돌아오는 길도 예상과 달리 한산했다.젊은 애들이 어제 밤 크리스마스 이브를 신나게 놀았기 때문에 오늘은 거리에 차들이 많지 않을 거라던 영환이 말이 맞나 보다.분당에서 일산까지 브레이크 한 번 밟지 않고 달렸다.지구 환경을 위하여 바람직한 하루였다. 돌아오는 길에 영환이가 판교 집 근처에 있는 작은 까페에 잠깐 들려 맛있는 커피라며 사서 쥐어줬다.이름 Yam2 (요즘은 B2ST처럼 이런 애들 작명이 많이 눈에 띈다.) 손바닥 만하고 소박한 케이크 가게였다.커피도 가게 모습처럼 소박하고 양심적인 맛이다.덕분에 막힘 없는 강변도로를 따뜻하고 향기롭게 즐기며 올 수 있었다.그에게 보답으로 Al di Meola 한 곡을 선사한다. ["Cafe 1930," Al di Meo..

Italy/Toscana 2011.12.25

Two Vines, Merlot, 2007, Columbia-Crest

Two VinesMerlot2007Columbia-CrestWashington State, USA 온갖 가지 맛을 다 품고 있지만 튀지 않는다.겸손하고 소박하지만 그 중에 자기 주장이 있다.거대한 기둥들 사이를 절묘하게 직선으로 가로질러 전달되는 한 줄기 빛과 같이 여리지만 명확하다.(내가 알고 있는 Merlot는 모호한 것이었는데, 오늘 보니 그것도 아닌갑다.) 오늘은 대학 입시에 붙은 또 다른 조카를 위해;정답에 너무 빨리 이르지 말기를돌아가고 쉬어가며 세상을 느끼기를비록 한 줌 뿐일지라도 그것이 빛이라면,그곳을 향해 곧바로 나아가 두려움을 걷어낼 수 있다는 것을 믿기를...기봉아 축하한다. ["Straight to the Heart," David Sanborn, Straight to the He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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