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not Noir 35

Volnay, Bouley, Domaine Reyane & Pascal, 2015

Volnay Bouley / Reyane & Pascal 2015 지난 주말에 본 영화 '기생충'은 다른 영화에 비해 중장년 관객이 많은 듯하다. 극장 안에서 나보다 연배가 높은 노인 분들이 여럿 눈에 띄었을 뿐 아니라, 어제 동창 모임(8명)에서도 이야기를 꺼내자 마자 모두가 감상평을 쏟아냈던 것을 보았을 때 X86세대 이상에게는 어필하는 마케팅 소구점이 분명 있는 영화인 듯싶다. 많은 장면과 대사가 사람들의 뇌리 속에 강한 인상을 주었겠지만 내 경우는 '지하철 냄새'라는 두 어절의 말이 기억에 남았다. 어제, 동창 모임 때문에 차를 집에 두고 오랫만에 지하철로 출근하면서 그 대사가 더 각인된 효과가 있었다. 과연 지하철 냄새가 있는지 느껴보려 애쓰면서 한시간 삼십분을 타고 갔기 때문이다. 오늘, Ja..

France/Bourgogne 2019.06.14

Saint Clair, Pioneer Block 14, Pinot Noir, 2014

Saint Clair Pioneer Block 14 Pinot Noir 2014 Bourgogne와는 다르지만 나름대로 개성은 있는 편.... 눈으로나 입으로나 Pinot Noir임을 분명히 알 수 있어서 좋다. ---------------- 커피를 사러 낮에 잠시 헤이리에 다녀왔다. 도로 끝에 걸린 야산이 노란 빛이었다. 봄이 무르익어 신록이 이미 초록으로 다 바뀐 시절인데 산빛이 노랗다니....? 어디 산빛만 그런가, 들도, 길도, 심지어 하늘도 누랬다. 평소 '나는 쌔 거야'를 외치듯 들판에 우뚝 솟아 있는 신도시의 신축 아파트 단지들마저 영화 속 버려진 도시마냥 을씨년스럽게 보였다. 광활한 대륙에서 불어오는 누런 모래 바람이 온 천지를 뒤덮은 탓이다. 80년대 대학 다니던 시절 축제 시즌이면 어김..

Others/New Zealand 2017.05.06

Kim Crawford, Pinot Noir, 2014

Kim CrawfordPinot NoirSouth Island, New Zealand2014 지난 번 명기 형님께서 놓고 가신 것들 중에 하나,드라이하고 잡맛이 없어서 아주 내 취향이었다. 형님 덕분에 며칠 간 저녁 시간이 즐거웠습니다. 고맙습니다. ----------------- 모레 오전 11시면 끝난다.기념 파티 약속도 잡아놨다.다음 주부터는 눌님도 운동 열심히 하고 이전의 좋은 일상으로 돌아가면 된다.모든 이상한 선택의 유일한 변명이었던 '다 순시리 때문에'는 앞으로 효용이 없을 거다. 4월에는 잘 하면 세월호를 건져올릴 수도 있다.부디 이 봄에는 아직 바닷속에 잠겨있는 아홉분을 수습하여 양지 바른 곳으로 모셔서유족과 생환한 친구들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달랠 수 있게 되길 기원한다.부모된 자로서 지..

Others/New Zealand 2017.03.08

Gevrey-Chambertin, Les Vieilles-Vignes, Vincent Girardin, 2012

Gevrey-Chambertin Les Vieilles-Vignes Vincent Girardin 2012 작년 말에 퇴직하신 명기 형님 내외분을 모시고 어제 저녁 오붓한 시간을 가졌다. Vincent Girardin의 blanc 한병과 이 우아한 Gevrey-Chambertin 한병을 나눴다. 좋은 손님 맞을 요량으로 2년 동안 깊숙히 넣어두었던 것인데,지난 밤, 제 역할을 톡톡히 해줘서 고맙다. --------------- 며칠 전 눌님에게 주말에 함께 보자고 약속을 받아두었던 영화 '컨택트'를 보고 왔다. 우리가 알고 있는 시간 개념을 지우고 시간적 선후관계가 없음을 이해하는 문명/언어가 있다면? 그런 외계 언어를 이해함으로써 시간을 뛰어넘어 사유할 수 있게 된다면? 그리하여 time slip 같은..

France/Bourgogne 2017.02.11

T.H. [Terroir Hunter], Undurraga, Pinot Noir, 2013

T.H. [Terroir Hunter]UndurragaPinot Noir2013 어디가 고장인지 찾기 어려울 만큼 균형이 깨어져 있어서 안타까왔다. 감상하기 괴로워 뚜껑을 닫고 그냥 한쪽으로 밀어두었다.다음 날 김빠진 후에 다시 보니 본질만 남은 모습이 첫잔보다 훨씬 나았다.수년 전에 Undurraga에 실망하여 멀리해 왔었는데,두번째도 마찬가지이니 앞으로 다시 시험할 일은 없겠다. ---------------- 빅뱅을 제외하곤 국내 idol 음악이라곤 제대로 들어본 적이 없었는데,작년 여름 우연히 BTS를 접한 이후로Shy A.R.M.Y가 되었다. (눌님과 다른 한 두 명에게만 말했다.)남다른 점이 많아서 눈여겨 보고 있다.더 크게 잘 성장하기를 기원한다. (될 수 있을 것 같다.) Hollywood를..

Others/Chile 2017.01.08

Marques de Casa Concha, Pinot Noir, 2013

Marques de Casa ConchaPinot Noir2013 그제 밤부터 기온이 많이 내려 아침 저녁으로 가을이 온 듯한 착각을 일으키고 있다.이번 여름 그 지독하고 지겨웠던 더위가 이제 아주 물러간다고 하니열대야의 고통에서 해방된다는 생각에 마음이 놓여 기분이 좋고, (물론 다음 달 고지서부터 확인하게 될 전기료 폭탄 불안은 아직 남아 있다.)파란 하늘과 맑은 바람으로 새로 오는 좋은 계절을 즐길 수 있겠다는 생각에 더 기분이 좋다. 날씨가 쾌적해지니 오랫만에 와인에게서 텔레파시가 온다.창문을 타고 들어오는 바람처럼 서늘한 느낌의 Pinot Noir를 뽑아 들었다.이 와인도 전에 보았던 Cabernet Sauvignon과 Syrah에서 확인했던 바와 같이준수하면서 강렬하고 깊어서 감동이 있었다.B..

Others/Chile 2016.08.27

Bourgogne, Les Vieilles Vignes, Vincent Girardin, 2011

BourgogneLes Vieilles VignesVincent Girardin2011 Duroche가 오래되고 끈적거리는 스타일의 Soul music이나Crusaders나 Jamiroquai의 Funky한 Jazz와 보다 잘 어울린다면,Vincent Girardin은 좀 더 가사가 잘 들리는 contemporary music 같은 느낌이다.훨씬 더 많은 사람들이 좋아할 만하다. ["Parachute", Code Kunst with Oh Hyuk & Dok2, Parachute, 2015]https://youtu.be/ty8fr7vmedg

France/Bourgogne 2015.10.26

Bourgogne, La Reine d'Etang, Domaine Duroche, 2011

BourgogneLa Reine d'EtangDomaine Duroche2011 본격적으로 기온이 올라 잠시 외출하고 돌아온 몸을 무겁게 하는 늦은 봄날이다.전국의 수많은 아파트 단지 어디를 가도 쉽게 볼 수 있는 제1의 화단 조경수인 철쭉이우리 단지에서도 붉은색, 흰색, 분홍색, 주홍색 등등으로 축제의 불꽃놀이처럼 함박 꽃을 피우고 있다.마치 그 가득 찬 꽃처럼 입안을 가득차게 만드는 화려한 산미와 청량함이내 무거운 몸의 스트레스를 몰아내고 한껏 띄워주는 기분이다.눌님께 카프레제 샐러드를 신청했지만, 불행히도 생모짜렐라가 없어서 그냥 토마토만.... ------------- 어제 강화도에 다녀오면서 생각한 일 한 가지.그 동안 김포 신도시가 개발되고, 일산대교와 몇몇 주요 도로들이 건설되었다.지난 수년..

France/Bourgogne 2015.05.02

Sherazade, Donnafugata, 2013

SherazadeDonnafugata2013DOCNero D'Avola 일전에 보았던 Donnafugata Angheli의 좋은 인상이 있어서코스트코에서 이 Sherazade를 보자마자 집어들었다.사실 전에도 이 와인이 진열된 것을 보았지만,생뚱맞게 중국 선녀풍의 여인이 그려진 레이블에 거부감이 들어서 거들떠보지도 않았었는데,Angheli 경험 후에 Donnafugata의 배경 스토리를 알고난 후로 이 레이블을 이해하게 되었다. 오늘 와인을 열어보고, Donnafugata를 두번 경험하여 내린 결론은 '내 취향이네'이다.얕고 가벼운 질량감 탓에 자칫 쥬스 같다는 생각을 하기 쉬울 듯한데,몇 모금 더 신중하게 마셔보면 확실히 좋은 와인임을 알 수 있다.독특한 산미와 적당한 타닌 그리고 끊임 없이 이어지는 ..

Italy/Sicilia 2015.04.11

[yellow tail], Reserve, Special Selection, Cabernet Sauvignon, 2012

[yellow tail]ReserveSpecial SelectionCabernet Sauvignon2012 지난 주말에 개봉해 마시다 남아 냉장고에 넣어둔지 이틀이나 지났다.비록 (당연히도) 향기의 즐거움은 사라졌지만 맛의 힘은 아직도 꽤 생생하다.이런 경우 대부분 맛이 순돌순돌해지거나, 시어버리기 일쑤지만이놈은 짱짱한 편이어서 기특하다. ------------------ 긴 연휴의 끝자락인 그 주말에 큰 처남네가 와서 집에서 저녁 시간을 함께 했다.먼저 마신 Beaune, Dominique Laurent, 2007은 야심작이었지만,불행하게도 코르크 불량이었다. 다행히 마시기에 별 어려움은 없었지만,붉게 차올라 딱지 앉은 코르크의 모습이 만들어낸 불편한 첫인상이입 안의 즐거움에 대한 확신을 퇴색시켰다.D..

Others/Australia 2015.02.24

Bourgogne, Hautes-Cotes de Nuits, "Dames Huguettes", Andre Goichot, 2011

Bourgogne Hautes-Cotes de Nuits "Dames Huguettes" Andre Goichot 2011 Bourgogne Pinot Noir 특유의 개성이 충만하다. 차갑게 식혔음에도 불구하고 신선하고 자극적인 표현을 마구마구 분출한다. 샤워 후에 차갑게 마시는 와인이 맥주 한 캔 못지 않은 청량감을 선사한다. 단지 시원할 뿐 아니라 찌릿찌릿한 전율과 통쾌함도 간간이 보여준다. ["She's Electric", Oasis, Morning Glory?, 1995] ------------------ 사무실에 있는 커다란 해피 트리 (행복수) 한 그루가 오랫동안 시들시들 노오란 잎들을 떨구고 있다. 작년 가을 처음 들여온 후 얼마 지나지 않아서부터 부실해지기 시작하기에 중간에 창가 통풍이 ..

France/Bourgogne 2014.07.19

Santenay, Les Gravieres, 2011, Vincent Girardin

SantenayLes GravieresPremier Cru2011Vincent Girardin 과일향이 향기롭지만 달큰하지 않다.산미가 강하지만 느낌은 부드럽고 매혹적이다.녹진하지만 질척거림 없고, 드라이하지만 쓰거나 텁텁하지 않다.무엇보다, 목넘김 이후 날숨을 따라 뭉게뭉게 올라오는 숙성미가 중독의 마성을 일으킬 듯하다.이런 와인을 경험하고 나면, 며칠 후, 몇 주 후, 어느 날그 향기가 아무 이유 없이 콧속에서 공명을 일으키며 잽싸게 지나가는 걸 알아채게 되곤 한다.마치 신기루를 본 것처럼 왔다가 금방 사라져붙잡아 둘 수 없는 그것을 못내 아쉬워 하게 된다. 두어잔, 시간이 좀 지나면, 舌上을 조여오는 기술도 살짝 구사하고따뜻한 느낌과 서늘한 느낌이 교차하는 게 생명력을 느끼게 한다.입안 전체적으로 ..

France/Bourgogne 2014.06.20

Clos Vougeot, Musigni, Grand Cru, Domaine Gros Frere et Soeur, 2010

Clos Vougeot"Musigni"Grand CruDomaine Gros Frere et Soeur2010 작년 봄에 장만해둔 후로 언제 개봉할까 하는 생각에 때때로 몸이 근질거려 괴로웠다.진해 내려간 혁이가 한 번 다니러 올라오기만 기다렸지만 기약이 없고,사실 그 녀석은 와인에 그다지 관심도 없다.오늘, 그동안 분위기상 적절하지 않아서 미루어 놓았던 마포회를 조촐하게 열어서 이 와인을 정리했다. Bourgogne Pinot Noir 특유의 강인한 산미와 화려한 향기가 딱 알맞은 타닌에 잘 녹아나온다.하지만 불행하게도 내가 조급한 욕심에 조금 일찍 개봉한 듯하다.지금도 자체로 너무 훌륭하지만, 가지고 있는 큰 잠재력을 터뜨리지 못한 아쉬움은 남는다.한 1~2년 더 기다려도 좋았을 것 같고, Grand..

France/Bourgogne 2014.05.24

Bourgogne, Vieilles Vignes de Pinot Noir, Albert Bichot, 2011

BourgogneVieilles Vignes de Pinot NoirAlbert Bichot2011 병 주둥이 알미늄 래핑 부분에 금박으로 사슴/뿔 문장이 스탬핑 되어있다.전에 Oregon産 Pinot Noir인 Elk Cove를 경험했을 때의 실망스러운 기억이 떠올랐다.커다란 뿔을 관처럼 머리에 얹고 있는 Elk 그림이 레이블에 큼지막 하게 그려져 있었는데,와인이 녹용 넣은 한약 맛이었던 그 기억....사슴 형상의 장식 그림이 와인 맛과 무슨 상관이 있을까마는우연찮게도 Albert Bichot 역시 쓴 맛이 약간 도드라져서 조금 불편한 것이 오히려 재미있다.산미가 약하고, 타닌도 매우 부족하다.그럭저럭 마실 수는 있지만, 지불한 돈이 아깝다. ------------------ 어제 퇴근하고 집에 돌아와..

France/Bourgogne 2014.05.10

Bourgogne, Comte De Chartogne, 2011, Jaboulet-Vercherre

BourgogneComte De Chartogne2011Jaboulet-Vercherre Bourgogne AOC지만 별나게 Comte De Chartogne (샤르또뉴 백작) 라는 이름이 하나 더 붙어 있다.마을 이름 같지는 않고, (들어본 기억이 없다)밭 이름이라면 지방단위 와인에는 적합하지 않다.통상의 레이블링과 다른 이 이름에 대해서 나중에 전문가에게 좀 물어봐야겠다. 별난 이름에 비해서 와인은 좀 희망사항이 많이 남는다.버건디가 원래 薄하기는 하지만,이 와인은 유난히 묽고, 타닌을 거의 느낄 수 없는 것이마치 이미 기운이 다 빠진 듯한 느낌이다.다만, 계피, 후추 같은 매운 맛과 Pinot Noir 특유의 산미가 빚어내는 조화가 나름의 개성을 표현하지만,그나마 그리 오래가지는 못한다.브르고뉴 P..

France/Bourgogne 2014.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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