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ance/Bourgogne

Volnay, Bouley, Domaine Reyane & Pascal, 2015

winenblues 2019. 6. 14. 2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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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nay

Bouley / Reyane & Pascal

2015

 

 

지난 주말에 본 영화 '기생충'은 다른 영화에 비해 중장년 관객이 많은 듯하다.

극장 안에서 나보다 연배가 높은 노인 분들이 여럿 눈에 띄었을 뿐 아니라,

어제 동창 모임(8명)에서도 이야기를 꺼내자 마자 모두가 감상평을 쏟아냈던 것을 보았을 때

X86세대 이상에게는 어필하는 마케팅 소구점이 분명 있는 영화인 듯싶다.

많은 장면과 대사가 사람들의 뇌리 속에 강한 인상을 주었겠지만

내 경우는 '지하철 냄새'라는 두 어절의 말이 기억에 남았다.

어제, 동창 모임 때문에 차를 집에 두고 오랫만에 지하철로 출근하면서

그 대사가 더 각인된 효과가 있었다.

과연 지하철 냄새가 있는지 느껴보려 애쓰면서 한시간 삼십분을 타고 갔기 때문이다.

 

오늘, Jake네 집 마당에서 Pinot Noir를 마시면서도

'기생충'과 '지하철 냄새' 이야기는 빠지지 않았다.

와인을 즐기는 사람들은 대체로 민감한 미/후각에 자신하지만

오늘 자리한 누구도 '지하철 냄새'를 특정해서 묘사하지 못했다.

적극적으로 그것을 묘사할 수 있는 사람과 할 수 없는 사람은

그 자체로 스스로의 계급을 드러내는 그런 상징이겠지만,

냄새가 실재하든 아니든 관계 없이 그 말을 발화하는 순간

주위에 대해 장미 울타리를 둘러치는....

그런 종류의 말일 뿐일 거다.  (난 지하철 안에서 오랫만에 젊은이들 많이 봐서 좋기만 하던데...)

 

이전의 봉 감독 영화를 즐겨왔듯이

이 영화도 미학적으로 즐거운 영화였다.

         (마음으로는 당연히 불편한 영화였지만....)

내가 생각하는 climax는 가슴졸이는 숨박꼭질 끝에

송강호 가족이 박사장 집을 벗어나면서부터 시작되는 장대비 내리는 장면이다.

네명의 한 가족이 계단을 줄줄이 내려가는 장면 전후로는

        (서울에 그런 축대 옆 계단이 많기는 하지만,

        영화에서처럼 세상의 끝으로 내려가듯이 너댓번 연속되는 곳은 없다.)

뭐라고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이상한 감정들의 회오리가 몰아쳤다.

이후에 식칼로 여럿 찔러대는 장면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심쿵을 경험했겠지만,

그보다는 한 가족이 종종거리며 빗속을 뛰듯이 걸어 골목길을 내려가는 장면부터 이어지는

수분 간의 계단 하강 scene과 최종의 바닥인 그들의 반지하 집에서의 XX 폭발은

그야말로 세상의 종말이었고, 이상한 느낌의 폭포였다.

 

보통의 예술작품에서 climax는 상향곡선의 뜨거운 폭발로 이어지지만,

이 영화의 경우는 지하로의 하강과 차가운 액체의 역류로 대체되었다.

최고조의 장면이긴 하지만 너무나 차갑고 경직되고 이전의 어떤 고전과도 다르다.

미학적으로 평가할 만하지만, 마음은 너무나 불편하다.

이 작가가 참으로 독특한 사람인 게 분명하다.

         (상을 주고 박수는 칠망정, 안아주고 싶은 마음은 들지 않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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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rcy Mercy Me", 나윤선, Immersion, 2019]

https://youtu.be/Rc0nOcuc25M

 

오래 전의 망원동, 풍납동 침수 사태 이후로

9시 뉴스에 등장하는 고무 다라 보트피플 장면은 서울에서는 자주 보기 어려워졌다.

우리 세대 기억에서 저지대 침수는 영화 속 상징을 그대로 이해할 수 있게 하지만,

오늘날 폭우와 홍수/침수는 빈부/계급 격차보다는

지구온난화와 기상이변을 연상시기는 기재라고 하는 편이 맞을지 모른다.

        (Mercy Mercy Me.   부디 지구를 구하소서.)

과연 밀레니얼 세대 이후의 다수는 영화를 온몸으로 이해할 수 있을까?

이 영화가 미국에서 개봉한다면

여러 해 전 똥물 호수에 갇혀본 경험이 있는 New Orleans 인근과

Afro-American 사회에서의 이해의 폭은 상대적으로 넓을 수도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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