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 138

Volnay, Bouley, Domaine Reyane & Pascal, 2015

Volnay Bouley / Reyane & Pascal 2015 지난 주말에 본 영화 '기생충'은 다른 영화에 비해 중장년 관객이 많은 듯하다. 극장 안에서 나보다 연배가 높은 노인 분들이 여럿 눈에 띄었을 뿐 아니라, 어제 동창 모임(8명)에서도 이야기를 꺼내자 마자 모두가 감상평을 쏟아냈던 것을 보았을 때 X86세대 이상에게는 어필하는 마케팅 소구점이 분명 있는 영화인 듯싶다. 많은 장면과 대사가 사람들의 뇌리 속에 강한 인상을 주었겠지만 내 경우는 '지하철 냄새'라는 두 어절의 말이 기억에 남았다. 어제, 동창 모임 때문에 차를 집에 두고 오랫만에 지하철로 출근하면서 그 대사가 더 각인된 효과가 있었다. 과연 지하철 냄새가 있는지 느껴보려 애쓰면서 한시간 삼십분을 타고 갔기 때문이다. 오늘, Ja..

France/Bourgogne 2019.06.14

Bourgogne Hautes Cotes de Nuits, Domaine Gros Frere & Soeur, 2016

Bourgogne Hautes Cotes de Nuits Domaine Gros Frere & Soeur 2016 너무 많은 시간이 흐른 탓일까? 35년 전 대학입시에 합격했을 때의 기분을 이제는 기억할 수 없다. 내가 주변 사람들과 많은 소통을 하는 사람이었다면 기억을 훨씬 오래 간직하고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불행하게도 그러지 못했다. 부디 우리 둘째는 어제 오늘의 이 기분을 꼭 기억했다가 삶에 어려운 시기가 닥쳐왔을 때 그것을 뚫고 지나갈 수 있는 동력으로 삼게 되기를 빌어본다. 내가 보기에 우리 아들은 나보다 더 열심히 입시 공부를 했고, 더 힘든 경쟁을 이겨냈기 때문에 적어도 나보다는 더 보람있는 삶을 살 것이라고 믿는다. 삶은 단련된 만큼 알찬 것일 테니까. 우리 첫째도 어려운 시기가 길었던 만..

France/Bourgogne 2018.12.15

Stimson Estate Cellars, Chateau Ste Michelle, Merlot, 2012

Stimson Estate Cellars Chateau Ste Michelle Merlot 2012 이 와인은 특별히 뛰어난 개성을 언급할 것이 없다. 다만 말할 수 있는 것은 거슬리는 게 전혀 없다는 점이다. 마트에서 염가에 얻을 수 있는 최상의 와인이다. 어디선가 다가온 새로운 기단 덕분에 무더위가 물러가고 며칠째 계속해서 서늘하고 촉촉한 바람이 산들거리고 있다. 덕분에, 지난 일요일, 아주 간만에 와인 셀러를 뒤적거려 보았다. 부담 없는 테이블 와인 하나를 개봉하고 3일째 홀짝거리고 있다. 오늘은 시원하게 비도 하루 종일 뿌려주시니 몸의 와인 수용성이 최상이다. ------------------- ["The Thrill Is Gone", Joe Bonamassa, Live at the Greek T..

Marques de Casa Concha, Cabernet Sauvignon, 2014

Marques de Casa Concha Cabernet Sauvignon 2014 강렬한 스파이스가 입 안에 꽉 차는 느낌이다. 마트 와인으로는 드물게 코로 직접 맡을 수 있는 짙은 브리치즈 향이 좋다. 여러 해 경험한 바에 의하면 Concha y Toro의 와인은 항상성이 있고 수준이 높다. 기억하는 그 맛을 매년 똑 같이 구현해 주니 믿고 선택할 수 있어서 좋다. 칠레 와인에 대한 부정적인 선입견을 지울 수 있는 훌륭한 와인이다. (가격을 올리지는 말아주세요) ------------------- ["She's Always Cracking Jokes", In the Party, She's Always Cracking Jokes, 2015] https://youtu.be/UizCZFUbnTA

Others/Chile 2017.06.16

Rosso di Montalcino, Castello Romittorio, 2013

Rosso di Montalcino Castello Romittorio 2013 Sangiovese 배달시킨 순살 치킨의 스파이스를 확 살려준다.핫소스 없이도 입 안이 매웁고 와인의 힘이 생생하다.투스카니 와인은 어디서나 항상 볼 수 있을 만큼 흔하고 다양하지만오늘은 (치킨 덕분인지) 오랫만에 개성 있는 Sangiovese를 보게 되어 즐겁다. ------------- 우리 새 대통령은 익히 잘 알려진 인물이어서 새로움이 적고착한 이미지 때문에 야무진 다짐을 해도 신뢰의 근거를 찾기 어려웠지만,취임 후 10여일 동안에 보여준 모습은 많은 사람들을 순식간에 사로잡고 있는 형국이다.좋은 와인이 섬세한 풍미도 좋으면서 생생한 젊음도 살아있듯이,보도에 보여지는 모습을 보면 지향점을 공감할 수 있는 디테일도 좋으..

Italy/Toscana 2017.05.21

Kim Crawford, Pinot Noir, 2014

Kim CrawfordPinot NoirSouth Island, New Zealand2014 지난 번 명기 형님께서 놓고 가신 것들 중에 하나,드라이하고 잡맛이 없어서 아주 내 취향이었다. 형님 덕분에 며칠 간 저녁 시간이 즐거웠습니다. 고맙습니다. ----------------- 모레 오전 11시면 끝난다.기념 파티 약속도 잡아놨다.다음 주부터는 눌님도 운동 열심히 하고 이전의 좋은 일상으로 돌아가면 된다.모든 이상한 선택의 유일한 변명이었던 '다 순시리 때문에'는 앞으로 효용이 없을 거다. 4월에는 잘 하면 세월호를 건져올릴 수도 있다.부디 이 봄에는 아직 바닷속에 잠겨있는 아홉분을 수습하여 양지 바른 곳으로 모셔서유족과 생환한 친구들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달랠 수 있게 되길 기원한다.부모된 자로서 지..

Others/New Zealand 2017.03.08

Gevrey-Chambertin, Les Vieilles-Vignes, Vincent Girardin, 2012

Gevrey-Chambertin Les Vieilles-Vignes Vincent Girardin 2012 작년 말에 퇴직하신 명기 형님 내외분을 모시고 어제 저녁 오붓한 시간을 가졌다. Vincent Girardin의 blanc 한병과 이 우아한 Gevrey-Chambertin 한병을 나눴다. 좋은 손님 맞을 요량으로 2년 동안 깊숙히 넣어두었던 것인데,지난 밤, 제 역할을 톡톡히 해줘서 고맙다. --------------- 며칠 전 눌님에게 주말에 함께 보자고 약속을 받아두었던 영화 '컨택트'를 보고 왔다. 우리가 알고 있는 시간 개념을 지우고 시간적 선후관계가 없음을 이해하는 문명/언어가 있다면? 그런 외계 언어를 이해함으로써 시간을 뛰어넘어 사유할 수 있게 된다면? 그리하여 time slip 같은..

France/Bourgogne 2017.02.11

T.H. [Terroir Hunter], Undurraga, Pinot Noir, 2013

T.H. [Terroir Hunter]UndurragaPinot Noir2013 어디가 고장인지 찾기 어려울 만큼 균형이 깨어져 있어서 안타까왔다. 감상하기 괴로워 뚜껑을 닫고 그냥 한쪽으로 밀어두었다.다음 날 김빠진 후에 다시 보니 본질만 남은 모습이 첫잔보다 훨씬 나았다.수년 전에 Undurraga에 실망하여 멀리해 왔었는데,두번째도 마찬가지이니 앞으로 다시 시험할 일은 없겠다. ---------------- 빅뱅을 제외하곤 국내 idol 음악이라곤 제대로 들어본 적이 없었는데,작년 여름 우연히 BTS를 접한 이후로Shy A.R.M.Y가 되었다. (눌님과 다른 한 두 명에게만 말했다.)남다른 점이 많아서 눈여겨 보고 있다.더 크게 잘 성장하기를 기원한다. (될 수 있을 것 같다.) Hollywood를..

Others/Chile 2017.01.08

Cono Sur, Single Vineyard, Block #14 Suelo Blanco, Merlot, 2015

Cono SurSingle VineyardBlock #14 Suelo BlancoD.O. Valle de Colchagua, ChileMerlot2015 향과 맛이 부드럽고 균형이 좋다.Hazy한 Merlot 본색이 잘 드러나서 좋다. 개봉 전엔 은근 좀 더 묵혀 두었어야 하는 거 아닌가 우려했지만막상 열어 보니 더 풀어내야 할 강건함 같은 것은 찾아보기 어렵다.지난 여름 진열대의 자신감 넘치는 price tag를 보고,혹시나 하는 기대감이 일어서 탐구해보는 의미로 하나 뽑아왔지만,결국 불필요하게 비용을 많이 지불한 셈이 되었다.다른 품종과 grade의 Cono Sur 레이블들이 나란히 진열되어 있었지만,이제 Cono Sur는 이 한 번으로 됐다. 더 탐구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이 정도 와인에 그런..

Others/Chile 2016.12.09

Valpolicella, Tommasi Viticoltori, 2013

ValpolicellaTommasi Viticoltori2013Corvina Veronese, Rondinella, Molinara 오로지 산미에 집중할 수 있다.풍성하게 여러가지를 느낄 수 있다는 것이 피곤할 때도 있다.오직 좋아하는 한 가지에만 집중할 수 있다면 그 또한 좋지 않은가? 어렸을 때에는 신 걸 그렇게 입에 넣기 싫어했는데세월이 입맛을 바꾸고 사람도 바꾼다.점심 시간에 자주 가는 회사 앞 백반집에 나오는 여러 맛난 반찬 중에가장 내 입을 맞추는 것은 신 김치 한 보시고,오직 그 김치와 김 열장이면 밥 한 공기는 뚝딱 할 수 있다. 김치찌게를 매운 음식이라고 생각하겠지만, 나는 신 음식이라고 말하고 싶다.시큼한 김치찜의 죽 찢은 김치 한 가닥에 잘 익은 돈육 한 덩이를 돌돌 말아 먹으면이 와..

Italy/Veneto 2016.11.24

Colle Massari, Montecucco, Rosso Riserva, 2012

Colle MassariMontecuccoRosso Riserva2012Sangiovese, Ciliegiolo, Cabernet Sauvignon 단정한 레이블처럼 흐트러짐 없이 반듯한 토스카나 와인이다.평범하다고 하면 너무 박하고, 규격에 잘 들어온다고 해야 맞겠다.파격이나 특별한 개성은 찾기 어렵지만, 타닌과 산미가 딱 알맞아서식탁 위에서의 기능에 충실한 좋은 와인이다. ["Fighter", Far East Movement, Identity, 2016]https://youtu.be/UIJxoINt7qo

Italy/Toscana 2016.10.24

Marques de Casa Concha, Pinot Noir, 2013

Marques de Casa ConchaPinot Noir2013 그제 밤부터 기온이 많이 내려 아침 저녁으로 가을이 온 듯한 착각을 일으키고 있다.이번 여름 그 지독하고 지겨웠던 더위가 이제 아주 물러간다고 하니열대야의 고통에서 해방된다는 생각에 마음이 놓여 기분이 좋고, (물론 다음 달 고지서부터 확인하게 될 전기료 폭탄 불안은 아직 남아 있다.)파란 하늘과 맑은 바람으로 새로 오는 좋은 계절을 즐길 수 있겠다는 생각에 더 기분이 좋다. 날씨가 쾌적해지니 오랫만에 와인에게서 텔레파시가 온다.창문을 타고 들어오는 바람처럼 서늘한 느낌의 Pinot Noir를 뽑아 들었다.이 와인도 전에 보았던 Cabernet Sauvignon과 Syrah에서 확인했던 바와 같이준수하면서 강렬하고 깊어서 감동이 있었다.B..

Others/Chile 2016.08.27

Musso, Syrah, 2015

Musso Syrah2015Selected by Casa Rojo 타닌이 생기있고 산미도 균형이 좋다.레이블 디자인이 독특해서 선택했는데,갈수록 저렴한 와인 중에서 좋은 와인을 골라내는 실력이 느는 듯하다. (물론, 그냥 감으로....) --------------- 지난 주말 고딩 아들을 앞세워서 '부산행'을 다녀왔다.많은 칭찬과 기대를 받는 작품답게 개봉 첫주말 관객이 많았다.조조를 챙기는 우리 정성이 아깝지 않을만큼 영화는 재미있었다. 하지만 비록 재미 있었다 할지라도,평생을 지적질로 살아온 내가 그냥 넘길 수 없는 이 한가지는 짚고 넘어가야 겠다. 기대보다 그로테스크하지 않은 것은 애초에 그렇게 만들지 않은 줄 알고 갔으니 상관없고,감정이 넘치고, 아이가 성인 대사를 읊는 것은 한국영화의 DNA나 ..

The Grinder, Pinotage, 2013

The GrinderPinotage2013 술을 입에 댈 생각이 들지 않는 폭염이 이어지고 있지만눌님의 정성이 가득 들어간 저녁상에 대한 예의를 차리지 않을 수 없었다.비싼 와인 버릴 위험을 피하기 위해 셀러에서 아주 저렴한 놈으로 한 병 뽑아들었다.몇 주 전 마트에서 사 올 때부터 큰 기대 없이 가져온 녀석이었는데....하지만 이게 왠 열~있지도 않은 기대 이상으로 내 취향 저격이다.이럴 때 사람들은 가성비(딱딱한 용어지만) 최고라고 한다. 서늘한 Pinonoir 느낌도 있고, 쌉쌀하게 입 안을 자극하는 작렬감도 좋다.특히 저가 와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불편한 잡맛 같은 것이 전혀 없다.남아공 와인이나, Pinotage에 대한 관심을 불끈 솟아오르게 만든다. 참고로, 커피가 연상되는 지점은 없다.왜 ..

Others/South Africa 2016.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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