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ance/Bourgogne

Ladoix, Lou Dumont, 2008

winenblues 2019. 9. 21. 1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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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doix

Lou Dumont

2008

 

밤섬 갈매기

강변북로, 아침 출근 길에 밤섬 구간이 가까워지면 도로를 따라 줄줄이 서있는 가로등 위로 재미있는 광경을 볼 수 있다.  고궁 기와지붕 추녀마루 위의 잡상들 마냥 간격을 맞춰 갈매기 서너마리가 꼼짝 않고 앉아있는 모습이 신기하다.  어떤 놈은 반듯이 앉아있고, 또 어떤 놈은 목을 꼬아 제 옆구리 쪽을 향하고 있지만, 움직거리지 않고 그 자세 그대로인 게 마치 가로등에 원래부터 붙어있던 장식 조형물처럼 보일 지경이다.

그런 광경에서 진짜로 특이한 점은 대부분의 가로등에서 새들이 앉아있는 간격이 비슷하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몰랐는데 그것을 알아채고 곧 이어 떠오른 생각은 영화에서 보았던 ‘비행기 주기장’의 모습이었다.  비행기들이 일정한 간격을 두고 가지런히 줄지어 지상에 대기하고 있는 모습이 연상되었던 것이다.  새들이 그 비행기들처럼 질서정연하게 앉아있는 까닭은 무엇일까?  새들이 자리에 내리거나 날기 위해 허공으로 몸을 던질 때 펼칠 날개의 길이만큼 좌우 간격이 필요한 때문은 아닐까?  자유로움의 상징인 새들에게서 질서를 본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저절로 지켜지는 질서, 그게 새들이 사는 방식이다.

사람들은 도로 위에 선명한 줄을 그어 놓고도 차선 도색이 지워지는 속도 만큼이나 빨리 그 차선의 의미를 잊곤 한다.  사람이 다른 동물보다 생각이 유연하고 창의적이어서 그런가?  다른 사람들과 어울려 사는 사회적 동물이어서 본능적으로 서로 부대끼는 행동을 하는 것인가?  여럿이 밀집해 사는 도시에서 창의적이고 자유롭게 서로 교류하며 살면서도 질서를 찾고자 한다면 밤섬 갈매기들에게 먼저 자문을 구해보자.  시급히.  지금 내 앞에 깜박이도 켜지 않고 옆 차선을 물고 두 차로를 넘나들며 탁월한 사회성을 발휘하고 있는 BMW 운전자는 졸지에 한낱 물새와 비교되고 있다.

 

["Where's My Money", 샘김, 2019]

 

https://youtu.be/INzd1VNEU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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