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ance/Bourgogne

Pouilly-Fuisse, 2010, Vincent Girardin

winenblues 2014. 7. 25.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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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uilly-Fuisse

Les Vieilles Vignes

2010

Vincent Girardin



한 여름에 짜증을 더하지 않으려고 좋은 와인만 골라서 맛보고 있다.

기분 풀자고 마신 와인이 오히려 피곤함을 더하게 되면 약이 아니라 독이 될까 두렵기 때문이다.


선풍기를 회전시켜 놓고, 책상 위에 다리 하나 걸치고, 뒤로 제껴 앉아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을 읽고 있다.

첫 페이지 양로원 탈출 장면부터 영화 보듯이 빠져들고 있다.

'알란'이 도망치며 장면을 바꿀 때마다

장단 맞춰 따라 마신 차가운 Pouilly-Fuisse가

Chardonnay의 경쾌함과 향그러움으로 언어해독 능력을 배가시키니

몇 잔째인지 알아채지도 못한 채 계속 마시고 있다.

(책장이 술술 잘 넘어간다.)


백살 먹도록 늙어서도

순간의 영감과 충동에 이끌려 행동할 수 있는 남자라면

인생을 뒤돌아 보며 후회하고 성낼 일은 없을 듯하다.

그러니, 알란(의 도망)을 위하여!


["Don't Look Back in Anger", Oasis, (What's the Story) Morning Glory?, 1995]

https://youtu.be/r8OipmKFDeM


후회하는 것은 어리석은 삶을 살았기 때문인가?

깊은 후회를 하는 것은 무엇인가에 매달려 봤기 때문일 것이다.

온화하고 평온한 인생을 사는 사람들에게는 의미 있는 후회를 할 일도 없지 않겠나?

커다란 인생의 모퉁이를 돌아 장이 바뀌고 뒤를 되돌아보게 되는 시점에서

어떤 이는 후회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또 어떤 이는 금새 빠져나오기도 한다.

전자는 어리석고 측은해 보이고, 후자는 씩씩하고 긍정적으로 보인다.

단지, 그렇게 보일 뿐이다.

걸어온 길은 어떤 길이든 앞으로의 길에 연결된다.


하지만 후회도 길 위에 있다.

그러니 너무 오래 후회하지 말고, 너무 크게 화내지 말 일이다.

화는 나는 게 아니라 내는 거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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