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t-Perat, 2012

Chateau Mont-Perat

2012

Merlot, Cabernet Sauvignon, Cabernet Franc

상어 콧등을 치듯이 정신 잃을 만큼 확 잡아끄는 매혹적인 향기!

첫 잔의 온화하고 풍성한 아로마는 제대로 만든 Bordeaux 와인의 특징이다.

단지 그 좋은 향기가 그리 오래가지 않는 것도 마트표 보르도의 특징....

그나마 이 와인은 평균보다는 괜찮은 편이다.

평화로운 주말을 열어주는 좋은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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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눌님과 함께 본방으로 응팔을 시청한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같이 볼 수 있어서 좋다.

눌님과 나 둘 다 88보다는 이른 80 초중반 학번이지만,

30년이나 흐른 후, 서너해 차이 난다고 세대가 다르다고 우기는 건 의미 없고,

별 인지부조화 없이 全統 때의 내 고딩/대딩 시절과 盧統 때인 드라마 시간 배경을

하나로 잘 섞어서 그냥 우리 때 이야기로 느끼면서 재미나게 보고 있다.

자매 간에 격하게 싸우는 설정이나, 친구들 집을 드나들면서 먹고 자고 공부하는 모습은

년도에 상관 없이 (아파트촌에 사는 요즘 아이들과는 다른) 옛날의 우리 학창시절을 떠올리게 하고,

88년도에 맞는 시의성 소재들은 그냥 지나간 그 시절 추억을 액자처럼 새삼스럽게 떠올리게 한다.

(난 88 올림픽을 군대 내무반에서 봤다.  많이 보지도 못했지만, 그래서 그런지 기억도 잘 나지 않는다.)

그런 공감과 추억의 시간을 갖는 즐거움 말고도,

눌님과 함께 보면서 조금이라도 이상한 설정이나 대사가 나오면

서로 '저건 아닌데'를 외치는 '옥의 티' 찾기 또한 큰 즐거움 중의 하나다.

그 중 몇 가지,

1. 카세트 테이프에 녹음된 생전 어머니 목소리에 눈물짖는 에피소드;

그 녹음 재생 중에 재수(6수) 중인 아들 정봉이 아홉살 때 부르는 노래가 나온다.

햇수를 따져보면 15년도 더 전에 녹음된 것이니 년도로는 늦잡아도 1973년이 된다.

TV, 전화기 보급도 미흡해던 1973년도의 일반 서민 가정집에

그것도 아직 복권에 당첨되기 전, 찢어지게 가난했던 정봉이네 집에

당시로는 일반 가정에선 불요불급한, 하이테크의 전문 용품이었던 카세트 녹음기가 있었다?

'그건 아닌것 같다'.

2. 장만옥의 우산 안으로 정봉이 뛰어 들어오는 장면;

정봉을 뒤쫓는 방학동 불량배들이 장만옥을 지나친 이후

뒤이어 (쫓고 쫓기는 순서가 뒤바뀌어) 정봉이 헐떡거리며 장만옥에게 온다.

(구식 코메디 영화에서 뱅뱅 도는 chasing이 반복되면서

서로 입장이 바뀌는 어리둥절한 상황이 연출되는 클리셰를 연상시킨다.)

코메디려니 하고 보니 별 문제 없긴 하지만 그래도 내가 알아서 합리화 하면서 봐줘야 한다는 건 불만이다.

Chasing 클리셰와는 별도로 우산 클리셰 공식대로라면

쫓기는 남자가 우산 속으로 들어온 후 두 남녀가 우산에 파묻혀 다정하게 걸어가면

불량배들은 우산 옆에서 한 번 멈춰서서 (우산만 빼고) 이쪽 저쪽을 살펴보다 다시 달려가야 하는 거 아니던가?

3. 함박스테이크 장면;

총각김치와 함께 낸 함박스테이크에 대해서 '퓨전'으로 만들어봤다고 소개하는 라미란의 대사에서,

우린 둘 다 귀가 쫑끗했다.

Fusion이라는 어려운 영어 단어가 우리 귀에 들리기 시작한 것은

89~90년 즈음부터 수입된 fusion jazz 음악이 FM 라디오에 흘러나오기 시작하면서였다.

(나는 아직도 Fourplay의 음악을 좋아한다.)

음식이나 여타 문화현상에서 퓨전이란 말을 일반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한 것은

그로부터도 한 10년은 흐른 후일 것이다.

88년도 쌍문동 아줌마의 밥상머리에 올라올 언어로는 이 역시 '아니로소이다'.

많으면 곤란하겠지만,

매회 한 두 건의 '옥의 티'는 제작하는 사람들의 confusion을 지적질하는 쾌감을 불러일으켜

우리에게 즐거움을 선사한다.

고맙다 응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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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li Run", Fourplay, Fourplay, 1991]

https://youtu.be/N_aIi9u34-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