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ance/Bordeaux

Chateau Beaulieu, Lalande-de-Pomerol, 2018

winenblues 2020. 12. 5. 2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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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teau Beaulieu

Lalande-de-Pomerol

2018

Cabernet Franc, Merlot

 

 

부드럽고 순하고 착한 느낌의 와인이다.  꽃향기가 부드럽고 따뜻한 느낌이다.  온화하면서 차분하게 가라앉은 느낌의 merlot와 상쾌한 caberne franc이 어우러진 모습이다.  초반에 조금 쓴 뒷맛이 있고, 시간이 지나면서 단맛이 느껴져서 실망스럽지만 크게 문제될 정도는 아니다.  초반 산미 상쾌하고, 조금 지나면 얇지만 밀도 있는 타닌이 올라온다.  피니시가 꽤 있고 기분 좋은 풀향기가 입안에 남아있다.

 

자율주행 맛보기

6개월의 긴 기다림 끝에 7월에 그랜저 하이브리드 신차를 인도받고 몰기 시작한지 5개월째 접어들고 있다.  애초에 경유차를 처분하고 차를 바꾸려고 맘먹었을 때부터 하이브리드로 결정했다.  마음 같아서는 조건이 된다면 전기차나 수소차에 도전하고 싶었지만, 아직 편리하게 구매하기도 운행하기도 쉽지 않은 환경이어서 중간 단계로 하이브리드를 선택했다.

처음 서너달 동안은 하이브리드 차의 특성을 경험하는데 집중했다.  높은 연비에 만족해 하면서도 더 높은 연비를 구현할 수 있는 좋은 운전을 해보려고 신경을 많이 썼다.  하지만 지금의 운전법만으로도 18km/l에 육박하는 충분히 높은 수준의 연비를 얻고 있고 그 이상 노력하는 것은 별 의미 없음을 알게 되었다.  신중한 가속이 연비 운전에 도움이 되는 것은 분명하지만, 엔진 가동을 최대한 지연시켜서 모터만으로 구동하는 것이 지속적으로 가능하지는 않기 때문이었다.  배터리의 전기는 생각보다 빨리 줄어들고, 그게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지면 가속이 없더라도 심지어는 정차 중이어도 엔진이 구동되어 충전시킨다.  그러니 연비 때문에 굳이 할아버지처럼 운전할 필요는 없겠다.  조금 편안하게 그냥 차를 믿고 운전하면 될 것 같다.

전기차 특성의 주행 질감에 적응하는 데에도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이것은 신중한 저속운전(주로 전기차 모드로 작동된다)을 해보면서 특히나 좀 충격적으로 느낀 점이었는데, 그동안 수십년 간의 운전에서는 브레이크 페달을 밟거나 뗄 때의 미묘한 조절이 세련되고 점잖은 운전의 기본이었는데, 새 차의 브레이크 감각은 정말 뭐라 표현할 수 없는 새로운 것이었다.  특히 저속에서의 운행 질감은 이전에 몰던 중소형 차량 들에서도 전혀 경험해본 적이 없는 불편함이었다.  그럭저럭 시간이 약인 듯, 생각이라곤 없는 차를 대신해서 내 몸이 어느 정도 적응한 것 같은 요즘이다.

그 단계를 지나고 나니, 새 차를 몬다는 ‘기분좋음’ 말고 다른 중대한(차값에 걸맞은) 효용이 과연 무엇인가에 대한 의문이 고개를 들기 시작할 무렵, 지난 달부터 크루즈 컨트롤 기능에 꽂혔다.  최신의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인 것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고속도로에 나갈 일이 별로 없어서 거의 잊고 있었다.  하지만 이것은 정말로 지식 부족이었다.  기존의 구형 크루즈 컨트롤적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한 까닭에 크루즈 컨트롤 기능은 고속도로에서나 필요한 기능이라고 치부했던 잘못된 무신경이었다.  비싼 차 값을 생각한다면 이것을 이렇게 방치하면 안되는 것이었다.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은 말하자면 초보적인(진행방향으로 1차원적으로 작동하는) 수준의 자율주행 보조 기능이다.  무려 자율주행의 느낌을 조금이나마 느껴볼 수 있게 해주는 그런 신문물을 지난 몇달간 그저 폼으로 달고 다니기만 했다고 생각하니 나는 참으로 지각이 없는 소비자였다.

아침 저녁으로 왕복 70km 이상의 거리를 운전하면서 매일 3시간 이상 밀리는 도로 위에서 지루함, 졸림, 그리고 특히 ‘종아리에 쥐남’과 도저히 이길 수 없는 사투를 벌이고 있는 나로서는 8년 전부터 사용해온 오토 홀드 기능이 그나마 가뭄에 단비 같은, 좀 부족해도 정말 도움이 되는 기능이었다.  하지만 이젠 아예 아무 페달도 밟을 필요가 없게 되었다.  꼭 고속도로가 아니어도 자동차 전용도로이기만 하면 Smart Cruise Control 버튼을 눌러 나의 오른발에 자유와 휴식을 선사할 수 있다.  차로 유지 보조 기능까지 있으니 잠시 잠깐은 두 손도 다른 동작을 위해 사용할 수 있다.  이번 주에는 강변북로 퇴근길에 해질녘의 여의도 빌딩숲을 카메라에 담기도 했다.  전부터 누가 대신 운전을 해준다면 이 아름다운 경치를 찍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하곤 했는데, 이젠 운전 중에 내 스스로 할 수도 있게 된 것이다.

하지만 몇 주 간의 경험을 정리하자면, 차간 간격이 좁은 출퇴근 운전에서는 크루즈 컨트롤에 많이 의존하지 않을 생각이다.  Stop & Go는 차가 알아서 한다지만, 그 타이밍이나 가속도 등에서 내 운전감각과 달라서 썩 기분이 편하지는 않았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다른 차량의 끼어들기 등 돌발상황에 대한 즉, 2차원, 3차원적인 상황에 대한 신뢰가 없기 때문이다.  자율주행과는 아주 거리가 있는 약간의 맛보기일 뿐이라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고 보수적으로 생각한다.  그리고 연비도 내가 직접 운전할 때보다 낮게 나온다.  그래서 다리가 피곤함을 느낄 때에 한해서 부분적으로 사용하면 유용할 듯하다.

오토 홀드 기능을 오래 사용하면서 단 한가지 불편했던 점은 간혹 기능 버튼을 off한 상태로 운전 중에 무심코 브레이크 페달에서 발을 뗄 때가 있다는 점이다.  신호등 앞에서 잠시 정차할 때 이런 일이 발생하면 깜짝 놀라 브레이크에 발을 올려놓게 되는데,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과 차로 유지 보조 기능이 주는 편리함에 몰입하면 마찬가지 상황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든다.  고속 운전 중에 착각이 생기면 그 결과는 오토 홀드 착각과는 비교할 수 없을 거다.  진정한 자율주행 차가 나와서 스위치 운전이 필요 없게 되기 전까지는 조심하려고 한다.

["Ash", Eoh (feat. Miguel Atwood-Ferguson), THEME: Ego, 2020]

youtu.be/VWK6oa0mAk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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