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SA/California

Six Eight Nine, Napa Valley, 2013

winenblues 2016. 3. 26. 0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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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x Eight Nine

Napa Valley

2013



진로 포도주를 연상시키는 달큼함이 기분에 거슬리지만

아직 신선함이 살아있고 봄 개나리처럼 싱싱하다.

타닌이 부족한 대신 찰랑거리게 가볍고 향기는 감미로와서

기력 떨어질 때 약주 찾는 분들에게 맞을지도 모르겠다.

6, 8, 9는 행복, 재복, 수복을 의미하다고 스스로 밝히고 있으니,

689 Cellars의 와인 철학이 그런 쪽에 닿아 있는 것은 자연스러울 터....


하지만 10분도 안되어 와인은 벌써 김이 빠지는 듯하고,

이런 가벼움 때문에 나는 벌써 앞쪽 골치가 땡기는 느낌이다.

내일 아침의 평화를 위해 이제 그만 병 뚜껑을 닫아야 할 것 같다.


["자두빛 와인과 그녀의 웃음 (봄)", 봄 여름 가을 겨울, 아름답다, 아름다워!, 2008]

https://youtu.be/_CTa1fbQPP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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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의 소설 '채식주의자'를 읽고 충격을 느꼈다.

작년이던가 재작년이던가, 천우희 주연의 영화 '한공주'를 보고 큰 충격에 빠졌던 이후로,

빠른 변화의 세월을 통과하고 있는 동시대 세대(들)로서

한 세계에 살면서도 보편성의 부재로 인해 서로 다른 세상을 살아가는 인간(들)이

서로 부딪치고 서로에게 상처주는 모습을 격렬하게 그리고 있는

이런 강렬한 작품을 보게 된 것은 꽤 오랫만이다.

매우 있음직한 특이한 소재와 긴장감 넘치는 문체에 끌려

차 한 잔 마실 시간 만에 다 읽고 나면 마음에 동요가 일지 않을 수 없다.


눈에 보이는 딸의 상처에는 흰둥이를 잡아야 할만큼 격하게 반응하지만,

정작 자신의 행동이 딸의 유리 같은 영혼에 깊은 금을 그어 놓았다는 것은 알지 못하는 부모

견디다 견디다 결국 깨어지는 딸의 영혼을 종내는 마저 부셔놓고 만다.


사람을 키우는 業(부모)에 종사하게 된 이후로 이런 이야기는

두려움을 불러 일으키기에 충분하다.

나(우리)도 누구나처럼 자랄 때 부모나 주변 사람으로부터 깊은 상처를 받은 기억이 있다.

그것을 깊이 묻거나 털어낼 수 있었던 사람들은 평범한 행운아지만,

그렇지 못한 이들은 드물게 특별한 불행한 이들이다.

나는 우리 아이들에게 그런 몽매한 부모가 아닌가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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