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aly/Veneto

Canaja Rosso Veronese, 2010

winenblues 2015. 7. 4. 0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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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naja

Rosso Veronese

2010

IGP

Villa Annaberta

Corvina, Rondinella, Cabernet Sauvignon, Molinara



짙은 빛깔에 달큼 쌉살한 맛이 Rhone blend와 비슷한 느낌이다.

타닌이 나름 진하게 올라오는데 맛이 받쳐주지 못해 헛발질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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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찮은 어르신 모시는 일로 한 달이 넘게 대학병원을 들락거리고 있다.

10여년 만에 대학병원 출입을 하면서 크게 변한 병원 모습에 저으기 놀라고 있다.


[장면 #1] 방어적 태도를 견지하며 권위를 내려놓은 의료진

Chief 전공의의 병세 설명 후 질문: "수술하시겠습니까?  기다려보시겠습니까?"

            [내가 예상했던 말: "감염이 의심되어 수술해야 하니 동의서에 서명해 주십시오."]

질문에 놀란 내 반응: "제가 뭘 아나요?  결정은 선생님이 하시고 설명을 해주시면 저야 따르는 것이죠."


[장면 #2] 방어적 경영에 도구화된 의료진

추가 검사/처치에 대한 주치의의 설명: 길고 장황하고 중복되고....  그리고 비용 부담 설명을 빼놓지 않는다.

            [그런 동의서에 서명을 20번쯤 했고, 전화로 동의해준 것도 그 만큼은 된다.]

내 머릿속: 검사나 처치의 위험성에 대한 설명과 동의 요구인 줄 알고 응했다가, 돈 얘기라는 느낌을 받고

            의사와 병원에 대한 신뢰감에 금가는 소리가 들려옴을 느꼈다.


[장면 #3] 환자 친화적으로 변한 의료진

4시간 수술 직후 집도의(교수님)의 결과 설명: 옆에 착 붙어 앉아서 종이 위에 필기해 가며

           내 질문도 받아줘 가면서 부드럽고 친절한 느낌이 들게 조근조근 설명해 줬다.

내 머릿속: 감사한 마음이 들고 믿음이 가는 느낌이었다.


[Pros.]

옛날과 비교해서 보호자에게 설명하는 횟수가 많아졌고 설명의 양과 내용도 풍부해졌다.

Tablet을 사용하여 설명하고 온라인 서명을 받는 모습이 그럴 듯했다.  (물론 나는 교수님의 필기가 더 좋았다.)


[Cons.]

환자 측에 설명을 제공하는 것과 의사결정에 참여시키는 스킬이 어설프다. (환자측에 미루는 것처럼 느껴졌다.)

의료사고에 대한 방어(익숙함)보다 의료비 청구와 관련된 방어(생소함)의 비중이 크게 느껴졌다.


친절하게도 많은 설명을 해주는 병원 의료진을 처음 대하고 많이 놀라면서도 긍정적인 느낌이었지만,

얼마 못가서 오히려 불편함을 더 많이 느끼고 속으로 반발심이 생기는 것을 참기 힘들었다.

병원은 주어진 환경 속에서 나름대로 생존방식을 만들어 가는 것이겠지만,

뭔가 이건 아닌데 하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회진 때 교수님과 이야기 나눌 때 그가 했던 말이 기억에 남는다.

"언제까지 계시나요?  보호자 분이 계시다면 저희가 편리하겠습니다."

나중에 그말이 무슨 뜻인지 알기까지 오래 걸리지 않았다.

이 병원은 자잘한 모든 업무에 보호자 동의를 받게 하고 있었다.

이런 식이라면 도대체 보호자 없는 환자는 어떻게 하라는 것인지?

외국과 달리 우리나라 병원은 보호자를 되도록 병원에 오게 만들고 가급적 병실에 붙어 있게 만든다.

이번 메르스 사태를 통해서도 비판의 대상이 되었던 환자 가족들의 병문안과 간병 관행을 줄이지는 못할 망정

오히려 필수화시키는 이상한 일처리 방식이다.  뭔가 잘못 되었다.


최소한 의료사고 방어는 인지상정으로 수긍할 수 있다 하더라도,

의료비 방어임이 분명한 너저분하고 민망한 동의서들은

의료진(의 권위)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리는 자기 발등 찍는 도끼 같은 거다.

혁신이 필요하다!


["Going to a Town", Rufus Wainwright, Release the Stars, 2007]

https://youtu.be/CtVyl402W5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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