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st of Europe/Spain

Machoman, Casarojo,2017

winenblues 2020. 4. 11. 23:20
반응형

Machoman

Casarojo

2017

Monastrell

 

 

가볍고 명랑하고 귀여운 와인이다.  첫 잔부터 짜릿하게 설상을 조여주는 탄산 느낌이 평범한 노즈를 보상하고도 남는다.  그 개성을 끝까지 끌고 가는 힘이 있으니 영 싸구려는 결코 아니다.  달콤한 과일향에 걸맞은 잔당감과 미약한 산도가 내 취향은 아닌데, 단맛/쓴맛/신맛이 균형을 이루어서 타박할 빈틈이 없다.  중후함, 미묘함, 복합적인 느낌 같은 것은 일도 없는 생김새를 지녔지만, 만듦새의 효능감은 중가 이상에 위치한다.  Sangria와 Tempranillo의 중간 어디쯤에 위치한다고 표현하면 크게 틀리지는 않을 듯하다.  후반으로 가면서 없던 타닌이 나타나 달콤한 청량함의 스탭이 꼬이고 있다.

 

소음 없음

코로나 19 때문에 집에 있는 날이 많아졌다.  평일 오전 11시 베란다 창에 매달려 밖을 내다보고 있노라면 단지 길에 다니는 차와 사람이 거의 눈에 띄지 않는 것 말고도 전과 다른 풍경을 색다른 감각으로 느낄 수 있는데, 그것은 바로 소리가 들리지 않는 것이다.  정확히 말하면 소음 없음이다.  보통 아침이면 들리던 공원길 청소하는 아저씨의 송풍기 모터 돌아가는 소리, 바로 옆 초등학교 후문 근처로 아이들 조잘거리는 소리, 배달 오토바이 달리는 소리, 멀리 찻길에 자동차 소리, 그리고 빠지지 않는, 주인과 공원 산책하다 만난 강아지들 서로 짖는 소리......  전에는 토요일 아침이라고 해도 이처럼 조용하지는 않았다.  날씨 좋은 요즘은 바람소리 마저도 없이 ~지잉~ 하는 백색소음이 들리는 듯한 햇볕 쨍쨍 느낌이 들어서 마치 어렸을 적 여름방학에 시골 할머니 집에 갔을 때 같다는 생각이 퍼뜩 떠오르기도 한다.

사회적 거리두기, 외출 자제, 격리 같은 것들이 일상화 되면서 적막한 오늘 모습의 생경함에 문득 놀라게 되지만, 반면 코로나 19가 오기 전 번잡하고 시끌벅적했던 모습의 의미를 생각해보는 계기도 되는 것 같다.  머지 않은 미래에 닥칠지 모르는 경제적인 곤란함을 떠올리면, 경제란 것이 그 소음 속에 담겨 있었던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조용했던 수십 년 전 과거의 우리는 지금보다 덜 생산하고 덜 벌고 덜 소비하고 덜 움직이는 사회였고, 더 생산하고 더 벌고 더 소비하고 더 돌아다니는 지금의 사회는 개발되고 경제적으로 성장한 사회지만 시끄럽고 복잡한 사회다.

시스템 전체로 보면 규모가 커지고 효율성도 높아져서 소득과 소비가 늘고 풍요로와진 듯하지만, 이게 제대로 가고 있는 것인가에 대해서는 인류 역사 전체를 놓고 보면 불명확한 점이 있다.  규모를 키우고 효율성을 증진하는 것이 선이 되려면 자원이 무한해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자본주의와 산업혁명의 성공은 인류 역사나 지구의 역사에 비추어 보면 잠시에 불과하다.  지금의 경제 시스템이라는 것이 자원을 고갈시키거나 그 와중에 자연 생태계의 균형이 심각하게 훼손되는 시점까지만 유효하다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코로나 19 마저도 개발에 의한 생태계 파괴가 근본적인 원인이라는 것은 잘 알려진 바다.  그렇다고 할 때, 우리는 코로나 19를 잡은 후 원래의 생활로 태연하게 되돌아가면 될까?  아니 그렇게 돌아갈 수나 있을까?  폐해가 뚜렷해진 자본주의의 극성기에 거의 도달한 21세기에 코로나 19는 전 인류에게 어려운 결단의 순간을 맛보기로 보여주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 시대의 리더십은 이 숙제에 대해 어떤 답을 써야 할까?  오토바이 소리 없는 조용한 사회로 돌아가면 풍요롭지 못할 것인가?  천천히 움직이고 덜 먹고 소박하게 입어도 예술적으로 행복하게 사는 길은 없는가?  개인적인 의미였던 부유함의 개념을 다르게 정의하는 사회로의 진화는 요원한가?  질문은 많아도 근본적인 답 하나만 잘 쓰면 모든 의문이 한꺼번에 풀릴 수 있다.  모든 것은 연쇄적으로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근원적인 해법을 찾아야 할 때다.  이데올로기화 된 자본주의 신화를 어떻게 깰 것인가?

["Travel", Pat Metheny, Trio 99-00, 2000]

https://youtu.be/8MNSGx9xlq0

 

반응형

'Rest of Europe > Spain' 카테고리의 다른 글

Musso, Syrah, 2015  (3) 2016.07.30
Albali, Reserva, 2010  (1) 2016.06.24
Albali, Reserva, 2010  (0) 2016.03.07
Marques de Caceres, Reserva, 2010  (1) 2016.02.11
Egomei, Rioja, 2010  (0) 2015.02.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