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aly/Toscana

Pian Di Nova, 2006, Toscana

winenblues 2014. 6. 14. 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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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l Borro, Pian Di Nova

2006

Toscana

IGT

Syrah, Sangiovese



지난 번 Trescone 2005와 함께 땡처리 와인으로 구매한 놈.

역시 마트 선반에 오래 있었던지라 좀 걱정이 되었지만, 결과는 만족스럽다.

지난 번은 넘치는 향으로 인상을 남긴 반면,

오늘은 향기는 은은한 대신 쌉쌀한 향료 느낌과 부드러운 산미의 조화가 매끄러운 Syrah style이다.

동시에 가볍고 서늘한 감촉이 청량감을 선사한다.  좋은 Rhone 와인 같다.

타닌은 조금 아쉽지만 아주 약하지는 않다.  후반으로 갈수록 좋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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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꼬맹이와 초딩 처조카를 데리고 영화 Edge of Tomorrow를 보고왔다.

깨고나면 같은 날이 반복되는 컨셉트의 영화는 여럿 있었고, 그런 아이디어가 뮤직비디오에 차용되기도 했다.

2년여 전, 영화 Groundhog day에 대해서 post한 적이 있는데,

영화관에 앉아서 저절로 두 영화를 비교하는 생각이 머릿 속을 맴돌았다.

Groundhog Day가 일상의 반복을 통해 성숙해 가는 내용의 성찰적이면서도 유쾌한 코메디라면,

Edge of Tomorrow는 한 마디로 무한 반복과 레벨 업으로 이루어지는 컴퓨터 게임을 연상시키는 오락물이다.

전자는 자고나면 매일 같은 장면이 반복되는 이상한 일이 벌어져도 실은 그것이

어제와 다름 없는 오늘, 오늘과 다를 것 없는 내일을 은유한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연상할 수 있지만,

후자는 생명을 다 써서 게임이 끝나게 되면 반복해서 또 시작하거나,

잘 진행되지 않아 맘에 안드는 게임을 고의로 종료하고 다시 시작(reset)해버리는 과정을 통해서

레벨을 올리고 아이템을 획득하는 게임의 방식,

즉, 목적으로 수단을 정당화시키는 게이머의 행동양식을 그대로 보여준다.


아무리 다시 시작할 것을 안다지만, 스스로 너무 쉽게 총을 들이대는 장면에서는 머릿속 한 쪽이 허전해지고

이건 영화가 아니라, 게임 홍보용 실사 영상 같다는 삭막한 느낌이 들었다.

더 이상의 반복 기회가 사라진 마지막 공격 시도는 마치 올인하는 도박 장애인을 보여주는 것 같기도 했다.

화려한 영화 기술에 비해 내용은 정말 황당하고 비인간적이다.


톰 크루즈는 늙지도 않는지... 수십년째 젊은 여배우 파트너를 바꿔가며 共演 중이다.

아마도 매번 영화에서 만나고, 헤어지고, 다시 만나는 같은 날을 반복하고 있는 중이 아닐까?

그에게 영화는 컴퓨터 게임 같은 것일까?  아니면 인생의 집을 쌓아가는 벽돌 같은 것일까?


매일 우리는 조금씩 배우고, 관계의 흔적을 남기게 된다.

맘에 안든다고 해서 그것들을 모두 지우고 reset 할 수는 없다.

오늘의 모든 것이 어제 위에 만들어지듯이, 모든 내일은 오늘 위에 있다.

Reset 증후군은 사회부적응의 한 예라고 한다.

우리 아이들이 세상을 컴퓨터 게임과 혼동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아! 끝으로

영화의 결말은 모든 게 reset 되면서,

외계인과의 노르망디 전투에서 지구를 구해낸 것을 아는 것은 오로지 주인공 한 사람 뿐이게 된다.

이건 마치 과거로 돌아가서 역사를 바꿈으로써 지금까지 존재했던 모든 것들이 사라지고,

그것을 기억하는 이는 시간여행자 울버린 한 명 밖에 없게 된다는 내용의 영화

X-Men: Days of Future Past의 결말과 유사하다.

마치 블랙홀, 웜홀을 지나 다른 차원의 평행우주로 이동한 장면을 보여주는

여타 많은 4차원 SF 필름들과도 통하는 부분이다.

이런 결말은 지나간 복잡한 내용의 과정들이 아무 의미 없는 일장춘몽이라는 비유로 읽힌다.

(그런 상징이었다면 이 영화도 나름 철학적이네....  전혀 다른 방향으로)

나 외에는 아무도 모르는 기억이라면, 그것은 공유될 수 없고, 이해될 수 없고, 결코 역사일 수 없다.

다만 신화 속, 설화 속, 만화 속 이야기일 수 밖에 없다.

평행우주, 시간여행, 시간 Reset 같은 것들이 설사 존재하고 갈 수 있다 하더라도,

물리적 측정치를 가지고 되돌아올 수 없다면,

그것은 우리에게 천국과 지옥, 이어도, 아마조네스, 샹그릴라 같은 것들의 현대적 치환일 뿐이다.


나룻배를 타고 피안으로 한 번 가면 다시는 차안으로 돌아올 수 없다.

단 한 번 사는 세상, 오늘의 햇살을 즐기자!


["햇살은 따뜻해", 루시드 폴 (Lucid Fall), 꽃은 말이 없다, 2013]

http://youtu.be/q3WPVQZOrC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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