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aly/Umbria

Trescone, 2005, Umbria

winenblues 2014. 6. 5.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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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mborghini Trescone

2005

Umbria, Italy

Sangiovese 50%



수입업체와 마트의 창고와 선반 위에서 10년 가까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저가 와인은

사업자 입장에서는 한시라도 빨리 처분해야 할 암적 존재일 거다.

정가 300백원 짜리, 99백원에 권유받고 낼름 집어왔다.

나도 맹탕이나 식초를 원하지는 않으니 잠시 망설였지만,

1/3 가격이면 그냥 속는 셈치고 마셔보기로 했다.


개봉 결과, 코르크의 아래 1/3 정도가 얼룩져 있어서 험한 보관 이력을 보여주는 듯하다.

그래도 익기는 충분히 잘 익었다.

농염한 향이 잔 안을 채우고 넘쳐 넘실넘실 넘어온다.

입 안 풍미가 아니라, 코로 직접 향기를 제대로 맡을 수 있는 경우는

마트 와인에서는 매우 드문 편이데, 그 짙은 향기 만으로도 돈 값을 했다.

맛은 평이하다. 특별히 좋을 것도 없지만 크게 거슬리는 것도 없다.

강렬한 스파이스나 생생함과는 거리가 있고, 당연하게도 복합적인 느낌도 없다.

대신 알콜을 살려주듯이 올라오는 타닌이 인상적인데, 목넘김 이후로 더 좋다.

아직 남아 있다면 마트 재고 처리에 도움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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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operation, 그 중에서도 특히 재고관리는

기업을 물리적 흐름과 재무적 흐름의 관점에서 통합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흥미로운 분야다.

재무적 이유에서 재고는 항상 최소화 하는 것이 필요하지만,

통상 거기에는 supply chain 상에 재고 분산 (재고 총량 불변), 전후방 협력업체의 부담 증가,

결품 위험 증가, 이를 피하기 위한 정교한 관리시스템 투자 과다 등과 같이

원하지 않는 비용이 수반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제품이 많을수록, 제품을 규정짓는 특성이 다양할수록 재고관리의 복잡성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며,

여기에 고객 수요의 특성까지 더해지면 정말 고급 시스템의 도움을 받지 않고는 관리가 어렵게 된다.

이런 재고관리 부담을 근본적으로 줄이는 최선의 방안은 당연히도 라인(특히 전방의 옵션)을 단순화 하는 것이다.

즉, 복잡성이 줄어들면 관리가 쉽고, 실수와 실패의 가능성이 줄어드는 것이다.


와인 유통업은 와인 한 제품만 다루니 단순할 것 같지만, 그래도 아주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한 발 더 들어가 보면, 소량 다품종을 다루는 사업인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유통량(재고량)이 커질수록 컴퓨터와 데이터 베이스의 도움 없이 재고를 관리하면

주먹구구로 사업하고 있다는 낭패감을 맛보게 될 확률이 높아질 것이다.

즉, 품목별 입고시점과 재고기간을 정기적으로 정확하게 보고받을 수 없다면

비싼 운영자금이 가치 없는 와인에 묶이는 우를 범하는 것을 피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그 외에도 와인은 일반적인 공산품 소비재와는 다른 특별한 특성이 있는데,

특별한 몇몇 품목들은 가치 상승을 위하여 의도적으로 재고기간을 늘이기도 한다.

이는 재고의 aging이나 진부화를 회피하고자 노력하는 일반적인 경우와는 반대다.

와인을 저장, 운송하는 데 소요되는 자원과 방법은 모든 와인에서 동일 하지만,

얼마나 재고로 머물게 할 것이냐, 또는 재고로 머무는 것을 용인할 수 있느냐는 각 와인 품목마다 다를 수 있다.

생산지, 포도 품종, 브랜드, 빈티지 등에 따라서 장기 숙성에 알맞은 품목들은

사업자의 마케팅 목적과 운영자금 상태에 따라서 나름의 고유한 재고관리 policy를 채택할 수 있을 것이다.


와인 유통업을 하시는 분들은 와인의 아름다움에 대해서도 모르는 척 할 수 없지만,

기본적으로 손에서 재고 현황표를 내려놓을 수 없을 것이다.

그들의 심미적 안목과 현실적 수고로움으로써 우리 애호가들의 편익이 만들어지고 있으니 감사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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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곡표", 에픽 하이, Remapping the Human Soul, 2007]

http://youtu.be/FZd3pwBuJ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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