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hers/Chile

1865, Cabernet Sauvignon, Single Vineyard, 2009

winenblues 2011. 9. 13.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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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년보다 일찍 찾아온 추석임에도 불같던 인디언 써머가 요 며칠 새 한풀 꺾여

가을 분위기를 내는 게 여간 다행이 아니다.

태풍이나 비구름도 추석절을 피해주니 그도 고맙다. (지난 여름 수해를 입은신 분들께 죄송....)

날씨가 도와주니 차례 지내는 일도 한결 수월(?)한 듯하고, 오랫만에 마주하는 가족들도 살갑게 느껴진다.

 

어린날의 추석이 새 옷과 새 신이 생기는 마냥 즐거운 날이었다면,

어른이 되고난 후의 그것은 이 생각 저 생각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때다.

그런 생각들이 어려운 고민이면 추석도 곤난한 명절이 되고,

그것이 그림이 떠오르는 추억이라면 추석은 정겨운 것이 된다.

 

정겨운 추석의 이미지는 역시 보름달 보는 맛이다.

초딩 때 고향집 옥상에 올라 사촌과 나란히 누워서 보던 달님 별님이 의인화된 말걸기 상대였다면,

고딩, 대딩 때쯤의 가을밤과 보름달은 자연과 오감으로 교감하던 센티멘탈리즘의 극대치였을 것이다.

 

얼마 전 유트브에서 발견한 '공명'의 "하얀 달(White Moon)"은 그 시절의 오감을 다시 일깨우고,

동시에 나이와 함께 더께를 더한 담담한 관조의 미덕을 느끼게 한다.

 

["White Moon," GongMyoung, Space Bamboo Concert in SEOUL, 2010]

http://youtu.be/g4JxZ19fed4

 

초가집을 헐고 새 집이 지어지기 전에는

시골 할머니집 뒤란에 커다란 감나무가 서 있었고

그 뒤로 둔덕 같은 담장을 키 작고 가는 대나무들이 빼곡하게 병풍처럼 두르고 있었다.

더위가 풀죽은 밤 미풍에 그 대잎들이 흔들리면

구름을 걷고 하얀 달이 모습을 드러내는 잠깐 사이에 시간의 흐름과 시간의 정지를 느꼈다.

연주 속, 멀리 강물 흐르는 듯한 대금소리는 달빛 사이를 춤추는 바람을 느끼게 한다.

  

  

1865

Cabernet Sauvignon

Single Vineyard

2009

San Pedero

 

장모님 잘 마셨습니다.  제가 골프를 좋아했더라면 더 재미있게 마셨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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