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ncerre
Selected by Tesco
Fournier Pere et Fils
2011
연 이틀 힘들게 운전하느라 수고했다며
기운 차리라고 새싹채소 연어 덮밥을 차려주셔서
눌님의 정성에 부합하고자 명성 높은 Sancerre를 뽑아들었다.
산미가 날카로왔던 작년 여름 Pouilly Fume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여 좀 부담이 되었지만,
막상 시음해 보니 오늘의 Sauvignon Blanc은 좀 포근한 편이어서 휴식이 필요한 저녁 시간에 잘 맞았다.
오늘 과년한 큰 조카 결혼식에 다녀왔다.
수 년 간 우리 형제들 간에 잊을만 하면 심심치 않게 입길에 오르던 그 아이의 결혼이
드디어 오늘로 대미를 장식하고 옛 이야기로 들어가게 되어 맘 한쪽이 편안해짐을 느꼈다.
듬직하게 생긴 조카사위를 보니 더욱 안심이 되었다.
얘들아, 오래 노력한 만큼 행복하게 잘 살아라.
연회 음식으로 나온 연어 타르타르를 보면서
최근 유명 쿡방에 소개되었을 때 그걸 해서 먹어보자고 눌님에게 졸랐던 일이 떠올랐다.
진심, 요즘 유행하고 있는 쿡방은 우리 가정의 평화와 안녕에 좋은 영향을 끼치고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TV 앞에 함께 앉아 재미지게 쿡방을 시청하는 것도 좋은 일이고,
그 중 할 수 있을 만한 것을 골라 만들어 먹어보는 것도 참 좋은 일이다.
가끔 동시간대에 방송하는 다른 프로그램 때문에 서로 본방 사수를 위해 신경전을 벌이기도 하지만,
어쨋든 쿡방은 좋은 컨텐츠다.
며칠 전 Boeuf Bourguignon을 해보겠다며 레드 와인 반 병을 달라던 그 일도
눌님이 '오늘 뭐 먹지?' 라는 방송을 시청한 덕분이었고,
마시다 남은 리파쏘 와인 반병을 투자한 결과 나는 Boeuf Bourguignon에 곁들여
잘 익은 Bourgogne Domaine Duroche 2011을 가장 맛있게 마실 수 있었다.
그래서 나는 정말 요즘의 쿡방이 반갑고 고맙다.
주변의 여인네들은 '요리하는 남자' 트랜드에 대해 많이 이야기 하지만,
우리 집에서는 선수인 눌님의 능력이 재충전되는데 더욱 큰 역할을 하고 있어서
주로 먹기만 하는 수혜자라고 할 수 있는 나로서는
쿡방이 범람한다고 비판을 하면서도 좋은 레시피를 많이 공급해 주기를 바라는 이중적인 태도를 가지고 있다.
난립하는 것이 좀 그렇기는 하지만, 그게 못마땅해서 싫다기 보다는
너무 이러다 한 순간 시들해질까봐 불안해 하는 것 같다.
부디 좋은 프로그램 몇 개는 오래 살아남아서
우리 집의 식탁과 행복을 지켜주시기 바란다.
우리집 냉장고를 부탁해~
["I'll Play the Blues for You", Jason Moran, Same Mother, 2005]
'France > Loire' 카테고리의 다른 글
Menetou-Salon, Chavet, 2013 (0) | 2014.12.13 |
---|---|
Pouilly Fume, 2010, Fournier Pere et Fils (0) | 2014.08.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