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가 한창이다. 와중에 비가 잠시 쉬어가는 어제 토요일 오후,
꾸물꾸물한 하늘을 업고, 강 건너를 분간하기 어려운 짙은 연무를 뚫고 수지 처갓집에 나들이 다녀왔다.
애들 학기말 고사가 끝날 때까지 미뤄왔던 일이었다.
주말 정체로 답답했던 운전이 많이 피곤했던 모양이다.
오늘 일요일 아침은 오랫만에 11시가 다 되어서야 8신가 하며 눈을 떴다.
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오늘도 꾸리꾸리 하고 피곤하기는 마찬가지다.
재활용 쓰레기를 버리기 위해 1층 아파트 현관 앞으로 내려가 보니
땅바닥에 차곡차곡 쌓인 채 비를 맞고 축 처져있는 종이상자들이 꼭 내 꼴이다.
["Cloudy Day", J. J. Cale, Shades, 1981]
막내와 일요일 마다 돌아가며 행사하는 채널 선택권이 이번 주는 나에게 있다.
덕분에 마봉춘 제공 '나가수'를 2시간 온전히 다 볼 수 있었다. (Get Alright!)
모두가 최선을 다하는 게 보는 이들을 힘들게 하는 면도 있지만,
공연을 찾아 다니며 보지 못하는 입장에서는 하이라이트만 추려서 보는 것 같은 즐거움이 있어서 나는 좋다.
마눌님은 끝날 무렵에 재미 없다며 일어서서 주방으로 들어갔다. (그녀는 항상 내 생각에 반대하는 것이 취미다.)
마눌님께서 2주 동안이나 미뤄왔던 토마토&치즈 요리를 저녁 상에 올려주셨다.
덕분에 사놓고도 냉장고로 직행했던 끼안띠 와인 한 병을 드디어 맛볼 수 있었다.
Piccini
Tuscany
Chianti, DOCG
2009
Sangiovese
2009년산, 물론 어리다.
하지만 느낌이 좋은 와인이다.
튀지 않으면서, 자신의 개성을 잃지 않는 중용이 있다.
와이너리의 실력이 간단치 않음을 느낄 수 있다.
물론 특유의 산미가 좀 있으니, 함께 먹을 요리를 감안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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