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10대 초중반의 기억;누나들을 밥상에서 밀어내고 항상 나를 끼고 돌았던 외할머니는 불교 신자였다.병환으로 갑자기 돌아가시기 전까지 당신께서 믿고 따르던 스님의 불사에 미력을 보태고자 애를 쓰셨다. 외할머니는 절간에 열심히 다니셨지만 맘 속 우환은 적지 않으셨던 것 같다.거꾸로 생각하면, 그러셨기에 부처님 말씀을 통해서 삶을 다스리고자 하셨을지도 모른다.그럼에도 불구하고, 할머니는 아침 저녁으로 암송하는 불경의 글자들을 쌓아놓은 것 만큼 두꺼운,그리고, 알아들을 수 없는 그 범어들 만큼이나 근본을 이해하기 어려운, 그런 집착을 가지고 계셨다.외할머니께서 열심으로 지원했던 젊은 선승들이 세월이 흘러 지금은 높이 받들어지는 고승들이 되셨지만,정작 우리 외할머니는 일순 해탈하시기 직전까지 수 많은 苦를 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