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부터 간만에 큰 비가 내렸다.
덕분에 광복절인 오늘은 바람과 함께 무더위가 물러가고 살만해졌다.
또한 그 덕분에 오랫만에 마트에서 와인 한병을 고를 맘도 생겼다.
Kressmann
Grande Reserve
Medoc
2009
Cabernet Sauvignon, Merlot
서해를 건너 중국에서 오는 것들 중에는 황사처럼 몹쓸 것도 있지만,
열대야를 물리치는 이런 단비라면 공명이 불러온 동남풍처럼 반가운 것이 아닐까?
부디 한강에서 녹조를 몰아내는데 1등 공신이 되기를 빌어본다.
하지만 우리 마눌님에게 이 비와 서늘함은
짧은 제주도 휴가여행에 감기를 달고 다니게 한 원흉이었고,
우리 가족을 해수욕장보다 '아쿠아 플라넷 제주'에 오랜 시간 머물도록 한 원인이었다.
예정에 없던 비싼 아쿠아리움 방문이었지만,
여러 층을 관통하는 초대형 수조가 여러 각도에서의 관람을 제공하고,
생전 처음 보는 신기한 고래상어 두 마리가 입장료 값을 한다는 느낌을 줬다.
하지만 기막히게 우연한 고래상어 두 마리 기증에 대한 신문 기사를 본 기억이 떠올라,
왠지 내가 잘못을 하고 있다는 불편한 마음도 들었다.
["Free," Marcus Miller, ft. Corrinne Bailey Rae, Free, 2007]
사랑에 빠진 여인은 기껏 자유롭기를 갈구하지만,
수조에 빠진 고래상어는 생명을 위협받고 있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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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자 팁>
잘 꾸며진 아쿠아리움 내부 카페테리아에서 늦은 점심을 해결했다.
다른 이들을 위하여 한마디 남긴다면 '권하지 않는다'이다.
간편하게 시장을 면하는 게 목적이라면 모르겠지만,
그곳 음식의 질은 아쿠아리움의 위용이나 세련된 인테리어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심지어 먹다 남은 닭고기를 들고가서 충분히 익지 않았다고 complaint하여
환불 받아오기까지 했으니 더 할 말이 없다. (용감한 마눌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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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여년 만에 찾은 월정리 앞바당은 많이 변했지만,
그래도 깨끗한 백사장과 영롱한 물빛만은 아직 그대로였다.
저 넓고 맑은 바닷 속이 고래상어가 머물 곳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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