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aly/Abruzzo

Zonin, Montepulciano D'Abruzzo, 2012

winenblues 2014. 9. 27. 0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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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tepulciano D'Abruzzo

DOC

2012

Zonin

 

 

신선한 야생 과일 향, 과일 느낌의 달콤한 뒷맛, 그리고 조금  가벼운 질감 등으로

첫잔에서는 부드럽고 쾌활한 느낌을 주는 평범하면서 착한 와인으로 다가온다.

조금 지나면 쌉쌀함도 한 몫 하는데, 때때로 살살 혀 위를 조이는듯 청량감처럼도 느껴진다.

하지만 그런 호사스러운 기대는 충족될 수 없다.

채 몇 분도 못 가서 한약 엑기스 같은 쓴 맛과 탁하고 조잡한 느낌의 뒷맛으로

이 와인은 민낯을 보이고 만다.

지난 번 Jorio O에서 가졌던 Montepulciano D'Abruzzo에 대한

기대 섞인 호감이 사라지는 안타까움이 있다.

막내가 낮에 먹다 남긴 식은 피자 한 조각과 함께 하면서 딱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느낄 만한 타닌도 없고, 언급할 만한 산미도 없다.

 

와인 취향은 사람마다 제각각이니 어디에 정답이 있으랴마는

확률적으로 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선호하는 경향성이라는 것은 있을 것이다.

이 와인은 그런 선호 분포의 평균에서 2시그마 밖에 있다고 감히 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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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 주둔과 함께 미국 대중음악이 (일본을 거치지 않고) 직접 수입된 지 60년 이상이 지났다.

80년대 이후로는 유학파의 등장 등 보다 적극적인 방법으로 미국 대중음악을 수입하였고,

그 계통에 인적, 기술적 유무형 자산이 축적된 결과로

근래 수년 간, 한국 대중음악도 한국에게 대중문화 발신국의 지위를 부여하는 중요한 축이 되었다.

한국 대중음악은 미국 대중음악에 견주어 (음향)기술적으로나 음악(감각)적으로

외방의 많은 사람들에게도 보편적으로 즐길만한 것이 되어가고 있지만,

정서적, 감각적 차원에서 보면 미국 대중음악과 전혀 같지 않다.  (실은 거기에 매력이 있는 것 같다.)

      (이 부분에서 우리는 스스로 한국 대중음악이 미국 음악과 유사해졌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지만,

       정작 미국 사람들 귀에는 여전히 아주 생소한 외국 음악으로 느껴지는 큰 차이가 있다.)

그런 차이를 만들어내는 요소에는 음계의 사용, 언어(사고방식, 가사, 발음)의 차이 등

거의 생래적이라고 할 만한 중요한 요소들이 있지만,

그와는 조금 다르게 문학관습적 차이에 의한 특별한 요소 한 가지가 있는데 그것은 곡 진행방식이다.

그것은 절구나 율시 같은 漢時나 시조 등 우리 정형시의 압축적인 起-承-(轉)-結 방식이다.

한국 아티스트들이 미국의 장르 음악을 깊이 있게 따라하면서

그런 차이가 음계나 언어 등의 생래적 요소에 의한 차이보다 더 빨리 사라지고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가만히 들어보면 여전히 한국 가요는 미국 팝 음악과는 다른 특유의 곡을 풀어내는 방법이 존재한다.

물론 외국의 음악도 당연히 이런 자연스러운 전개방식을 적용하는 경우는 많지만,

짧은 길이 안에 정형적인 형태로 드라마틱하게 역어내는 우리의 기법은

우리 정형시를 언급하지 않고는 설명하기 어렵다.

 

그 전형으로 고전 가요 한 곡을 들어보면....

 

["누가 울어", 배호, 1967]

https://youtu.be/MOr1dY1iQ50

배호의 '누가 울어'는 기 50%, 승 25%, 전 12.5%, 결 12.5%의 비율로

8행의 가사를 16 마디의 악보에 짧고 빠르게 전개시켜 하나의 천의무봉을 짓는다.

그리고 오랫동안 한국인들은 이 같은 전개에 편안함과 감동을 느껴왔다.

아무리 새로운 작법과 음계를 도입해도

기본 멜로디에 무의식적으로 적용되는 이런 곡 서술법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요즘 가요를 들으면서 배호의 '누가 울어'와는 전혀 다르다고 말하기 쉽지만,

그것은 여러 다른 음악적 창작 요소들이 뒤섞여서 곡을 비틀기 때문이다.

실제 미국의 장르 음악과 비교해 보면 여전히 배호의 곡에 더 가깝다는 것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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