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milio Moro
2010
Bodegas Emilio Moro
Tinto Fino
사전 정보 없이 마트 선반에서 와인을 고르는 것은
내 경우, 레이블과 병 모양의 심미적 요소에 많이 좌우된다.
마치 강가의 자갈 중에 이쁜 놈 고르듯이....
코스트코에서 Emilio Moro를 보는 순간, 저놈이다 싶었다.
단순하고, 겸손한 레이블이지만 내 눈에는 세련되고 자신감 넘치게 보였다.
특이하게도 점자를 병기하는 배려심도 돋보였다.
폭이 좁고 거무스름한 색깔의 병 역시 불필요한 장식을 걷어내고
실용적이면서 단단한 실력을 표현하는 듯했다.
전체적으로 모든 디자인 요소가 한 방향으로 조화를 이루고 있다.
남들은 금박을 씌워 자랑할 것 같은 와인 랭킹 마저도 최대한 두드러지지 않게 투명 필름 레이블을 사용했다.
와인 실물 역시 '겸손한 모습에 단단한 실력' 이라는 느낌이 외관과 판박이다.
첫잔의 향기는 부족한 듯하고 전혀 화려함이 없지만
일단 입 안으로 들어오면 '아~ 격이 있다'는 느낌이다.
(Jim Hall - Guitar)
매끄럽고 부드러우면서도 동시에 힘과 기교가 넘치는 산미는 와인의 생명력을 끝까지 끌고 가고,
(Paul Desmond - Alto Saxophone & Chet Baker - Trumpet)
와중에, 절제되고 복합적인 느낌의 Bouquet가 산 중의 샘물처럼 시시각각 다른 향기를 선보이고,
(Roland Hanna - Piano)
지나치지 않을 만큼 입 안을 꽉 잡아주는 풍부한 타닌과
(Ron Carter - Bass)
시간이 지나도 지치지 않고 유지되는 구조는
(Steve Gadd - Drums)
와인의 심이 얼마나 깊은지 보여준다.
["You'd Be So Nice to Come Home To", Jim Hall, Concierto, 1975]
영민한 경영학과 학생이 마케팅 전략이나 경영 전략 테마를 다룰 때
매료되는 (또는 반대의 경우 흔히 놓치기 쉬운) 측면이 전략의 일관성이다.
일관성, 영어로는 Consistency, Alignment, Coherence 등등 경우에 따라 여러가지가 쓰인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알게 되는 아름다운 인생의 요소도 바로 그 일관성이다.
물려받은 본성 - 내재화된 의식과 태도 - 표현되는 언어와 행동
이것을 관통하는 한 단어가 철학이다.
그의 삶이 얼마나 행복하냐는 그의 철학이 얼마나 튼튼하냐에 달려있고,
그것은 그의 삶이 얼마나 자연스러우냐, 얼마나 자신감 있느냐, 그리고 얼마나 풍성하냐와 다름 아니다.
음악도 와인도 잘 조향된 것이 아름다움(美)과 철학이 있어 보이고,
자연과 인생을 대하는 눈이 있어 보인다. (그래서 美와 眞은 통한다)
철학 있는 음악과 와인으로 우리를 즐겁게 해주는 장인들도 행복하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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