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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ymond Huet
Saint-Emilion Grand Cru
2010
코로 들어오는 향기는 수준급이다 - 꽤 두텁고, 오래가고, 향기롭다.
하지만 맛은 잘 모르겠다. (내가 오늘 피곤하지는 않은데...)
개봉이 좀 일러서 그런 게 아니라면, 기대에 못 미치는 맛이다.
계속해서 혀 위에 쇠맛이 느껴져서 좀 불편하기도 하다.
한 잔 따라놓고 향기를 감상하면서 질금질금 오래 마실 수 있는 게 나름 장점이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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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며칠은 프렐류드(with 전영랑)의 신간 앨범에 있는 '이 몸이 학이나 되어'에 빠져있다.
출퇴근 차 안에서 2시간 남짓, 타이틀인 '태평가'와 함께 두 곡을 반복해서 틀어놓고 따라 부르고 있다.
경기민요 창법이 물론 잘 불러질리 없지만, 차 안이니, 혼자만의 즐거움이다.
이 몸이 학이나 되어 날개 위에다 님을 실고
천만리 날아를 가서 이별 없는 곳 나리리다
그 곳도 이별 곳이면 또 천만리를 날아가리
["이 몸이 학이나 되어", 프렐류드/전영랑, Fly in 날아든다, 2014]
곡이 정가처럼 단아하고, 시조창처럼 품격이 높으며, 감정의 흐름이 선명하다.
무엇보다도 피아노와의 어울림이 절묘해서 새로움이 가득하다.
귀를 열고 듣고 있자면, 학을 타고 구름 위로 날으는 한 쌍의 남녀가 그려진다.
서화담을 차마 보내지 못하는 황진이가 마지막 밤에 이별주를 올리며 불렀음직한 노래 아닌가?
나를 위해 이 노래를 불러야 할 님은 지금
동네 아줌마 친구들과 한 잔 하러 나가셨다.
태우고 돌아올 학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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