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urgogne 40

Ladoix, Lou Dumont, 2008

Ladoix Lou Dumont 2008 밤섬 갈매기 강변북로, 아침 출근 길에 밤섬 구간이 가까워지면 도로를 따라 줄줄이 서있는 가로등 위로 재미있는 광경을 볼 수 있다. 고궁 기와지붕 추녀마루 위의 잡상들 마냥 간격을 맞춰 갈매기 서너마리가 꼼짝 않고 앉아있는 모습이 신기하다. 어떤 놈은 반듯이 앉아있고, 또 어떤 놈은 목을 꼬아 제 옆구리 쪽을 향하고 있지만, 움직거리지 않고 그 자세 그대로인 게 마치 가로등에 원래부터 붙어있던 장식 조형물처럼 보일 지경이다. 그런 광경에서 진짜로 특이한 점은 대부분의 가로등에서 새들이 앉아있는 간격이 비슷하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몰랐는데 그것을 알아채고 곧 이어 떠오른 생각은 영화에서 보았던 ‘비행기 주기장’의 모습이었다. 비행기들이 일정한 간격을 두고 가지런히 ..

France/Bourgogne 2019.09.21

Volnay, Bouley, Domaine Reyane & Pascal, 2015

Volnay Bouley / Reyane & Pascal 2015 지난 주말에 본 영화 '기생충'은 다른 영화에 비해 중장년 관객이 많은 듯하다. 극장 안에서 나보다 연배가 높은 노인 분들이 여럿 눈에 띄었을 뿐 아니라, 어제 동창 모임(8명)에서도 이야기를 꺼내자 마자 모두가 감상평을 쏟아냈던 것을 보았을 때 X86세대 이상에게는 어필하는 마케팅 소구점이 분명 있는 영화인 듯싶다. 많은 장면과 대사가 사람들의 뇌리 속에 강한 인상을 주었겠지만 내 경우는 '지하철 냄새'라는 두 어절의 말이 기억에 남았다. 어제, 동창 모임 때문에 차를 집에 두고 오랫만에 지하철로 출근하면서 그 대사가 더 각인된 효과가 있었다. 과연 지하철 냄새가 있는지 느껴보려 애쓰면서 한시간 삼십분을 타고 갔기 때문이다. 오늘, Ja..

France/Bourgogne 2019.06.14

Bourgogne Hautes Cotes de Nuits, Domaine Gros Frere & Soeur, 2016

Bourgogne Hautes Cotes de Nuits Domaine Gros Frere & Soeur 2016 너무 많은 시간이 흐른 탓일까? 35년 전 대학입시에 합격했을 때의 기분을 이제는 기억할 수 없다. 내가 주변 사람들과 많은 소통을 하는 사람이었다면 기억을 훨씬 오래 간직하고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불행하게도 그러지 못했다. 부디 우리 둘째는 어제 오늘의 이 기분을 꼭 기억했다가 삶에 어려운 시기가 닥쳐왔을 때 그것을 뚫고 지나갈 수 있는 동력으로 삼게 되기를 빌어본다. 내가 보기에 우리 아들은 나보다 더 열심히 입시 공부를 했고, 더 힘든 경쟁을 이겨냈기 때문에 적어도 나보다는 더 보람있는 삶을 살 것이라고 믿는다. 삶은 단련된 만큼 알찬 것일 테니까. 우리 첫째도 어려운 시기가 길었던 만..

France/Bourgogne 2018.12.15

Gevrey-Chambertin, Les Vieilles-Vignes, Vincent Girardin, 2012

Gevrey-Chambertin Les Vieilles-Vignes Vincent Girardin 2012 작년 말에 퇴직하신 명기 형님 내외분을 모시고 어제 저녁 오붓한 시간을 가졌다. Vincent Girardin의 blanc 한병과 이 우아한 Gevrey-Chambertin 한병을 나눴다. 좋은 손님 맞을 요량으로 2년 동안 깊숙히 넣어두었던 것인데,지난 밤, 제 역할을 톡톡히 해줘서 고맙다. --------------- 며칠 전 눌님에게 주말에 함께 보자고 약속을 받아두었던 영화 '컨택트'를 보고 왔다. 우리가 알고 있는 시간 개념을 지우고 시간적 선후관계가 없음을 이해하는 문명/언어가 있다면? 그런 외계 언어를 이해함으로써 시간을 뛰어넘어 사유할 수 있게 된다면? 그리하여 time slip 같은..

France/Bourgogne 2017.02.11

Macon-Villages, Louis Jadot, 2014

Macon-VillagesLouis Jadot2014 풍미가 부드럽고 잡맛 없는 산미가 온화하다.하지만 이런 가격에 더 바라는 게 욕심이겠지만,지난번 Georges Duboeuf처럼 힘이 미약하고 개성이 잘 드러나지 않는 점이 아쉽다.최근 Maconnais 화이트 와인을 세차례 경험해보니가장 저렴했던 Albert Bichot의 Macon은 준수했지만,다른 두 Macon-Villages는 마치 술에 물탄 듯한 함량부족을 느끼게 했다. 오늘 점심에 회사 앞 6천원짜리 백반집에서 반찬으로 나온푹 익은 끝물 김장 김치의 오묘한 풍미와 몸서리치게 날카로운 산미가Chablis 1er Cru를 떠올리게 했었다. 이런 기죽은 blanc은 한마디로 백반집 신김치만도 못하다. ---------------------- ["..

France/Bourgogne 2016.06.14

Domaine Les Guignottes, Montagny 1er Cru, Les Coeres, 2014

Domaine Les Guignottes Montagny 1er CruLes Coeres2014Andre Goichot Finish가 무척 짧다.목넘김 후에 바로 느낌이 사라지는 것이 마치옅게 희석한 미즈와리 한 모금 마실 때 뒤끝에 느끼는 물맛, 그것과 같다.산미에도 풍미에도 개성이 보이지 않아서 어떤 방향성이 없다.은근 섞여 있는 쓴맛은 금빛 와인의 영롱함 마저 지운다. --------------- ["The Music Inside", Chuck Loeb, The Music Inside, 1996]https://youtu.be/RAsjlLwLY5U

France/Bourgogne 2016.05.25

Macon-Villages, Chardonnay, Georges Duboeuf, 2011

Macon-VillagesChardonnayGeorges Duboeuf2011 물 탄 아메리카노 커피처럼 힘 딸리는 와인이다.아주 얌전해서 개성을 떠올리기 어렵다. --------------- 영호, 영수, 영자 같은 이름도 4-50년 전에는 유행하는 이름이었다고 한다.요즘은 민준, 서연 등의 이름이 인기라고 한다.아들 낳은 부모가 장차 아이를 미국으로 보내고 싶다면촌스럽다 생각 말고 '호'나 '수'자로 끝나는 이름을 지어보는 것도 좋을 듯 싶다.찬호-정호-병호-대호, 신수-현수미국 MLB에서 성공했거나 현재 활약하고 있는 선수들의 이름이다.호라인은 대활약(했거나) 중이고, 수라인은 잠시 휴식 중이지만 조만간 페이스가 돌아올 듯하다.아예 두자를 합해서 '수호'나 '호수'로 지어도 그럴듯 하겠다. (하지만..

France/Bourgogne 2016.05.14

Macon, Reserve de l'Orangerie, Albert Bichot, 2012

Macon RougeReserve de l'OrangerieAlbert Bichot2012 개봉한지 4일째인데도 아직도 감상할 거리가 남아있다. 가격 대비 최상의 와인이다. -------------- 요즘 맛있게 식사를 마치고 나면 과식했다는 느낌이 들고 있다.지난 달부터 슬슬 배도 부푸는 것 같고, 실제로 체중도 조금 늘었다.이번 주부터는 저녁밥 공기에서 1/4 정도를 덜어내기 시작했다.그 대신 눌님이 맛있는 샐러드를 많이 해줘서 줄어든 밥을 대신하고 있다. -------------- 4월일년의 1/4이 지나갔다.드디어 꽃이 피었으니 친구들을 불러서 즐거운 시간을 가져봐야겠다. ["April", Jack Lee & Bob James, Botero, 2009]https://youtu.be/0Mf1olMm..

France/Bourgogne 2016.04.05

Bourgogne, Les Vieilles Vignes, Vincent Girardin, 2011

BourgogneLes Vieilles VignesVincent Girardin2011 Duroche가 오래되고 끈적거리는 스타일의 Soul music이나Crusaders나 Jamiroquai의 Funky한 Jazz와 보다 잘 어울린다면,Vincent Girardin은 좀 더 가사가 잘 들리는 contemporary music 같은 느낌이다.훨씬 더 많은 사람들이 좋아할 만하다. ["Parachute", Code Kunst with Oh Hyuk & Dok2, Parachute, 2015]https://youtu.be/ty8fr7vmedg

France/Bourgogne 2015.10.26

Quinta da Murta, Bucelas DOC, 2012

Quinta da MurtaThe Wine of ShakespeareBucelas DOC2012 ArintoLisboa, Portugal 아주 드라이하지만 산미가 지나치게 예리하지 않아서 무더운 여름에도 즐기기 좋다.연두빛 도는 맑은 와인에서 기분 좋은 곡물향과 질퍽거리지 않는 적절한 두께의 숙성미가 올라온다.어느 방향으로도 지나치지 않아 절제가 잘 이루어진 기본이 충실한 와인이다.그런 싱그러움이 꽤 오래 간다. 나는 말도 안했는데 눌님이 알아서 안주를 준비해 주고는 하시는 말씀"여보 나 나갔다 온다. 애들 시험이 끝나서 엄마들이 모이자네...."내 속말: '그래 당신 올때까지 주욱 마시고 있을께' -------------- 지난 1주일 동안, 밴드 혁오 덕분에 즐거운 출퇴근 시간을 가졌다.작년과 올해 ..

Sancerre, Fournier Pere et Fils, 2011

SancerreSelected by TescoFournier Pere et Fils2011 연 이틀 힘들게 운전하느라 수고했다며기운 차리라고 새싹채소 연어 덮밥을 차려주셔서눌님의 정성에 부합하고자 명성 높은 Sancerre를 뽑아들었다.산미가 날카로왔던 작년 여름 Pouilly Fume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여 좀 부담이 되었지만,막상 시음해 보니 오늘의 Sauvignon Blanc은 좀 포근한 편이어서 휴식이 필요한 저녁 시간에 잘 맞았다. 오늘 과년한 큰 조카 결혼식에 다녀왔다.수 년 간 우리 형제들 간에 잊을만 하면 심심치 않게 입길에 오르던 그 아이의 결혼이드디어 오늘로 대미를 장식하고 옛 이야기로 들어가게 되어 맘 한쪽이 편안해짐을 느꼈다.듬직하게 생긴 조카사위를 보니 더욱 안심이 되었다.얘들아..

France/Loire 2015.06.20

Bourgogne, La Reine d'Etang, Domaine Duroche, 2011

BourgogneLa Reine d'EtangDomaine Duroche2011 본격적으로 기온이 올라 잠시 외출하고 돌아온 몸을 무겁게 하는 늦은 봄날이다.전국의 수많은 아파트 단지 어디를 가도 쉽게 볼 수 있는 제1의 화단 조경수인 철쭉이우리 단지에서도 붉은색, 흰색, 분홍색, 주홍색 등등으로 축제의 불꽃놀이처럼 함박 꽃을 피우고 있다.마치 그 가득 찬 꽃처럼 입안을 가득차게 만드는 화려한 산미와 청량함이내 무거운 몸의 스트레스를 몰아내고 한껏 띄워주는 기분이다.눌님께 카프레제 샐러드를 신청했지만, 불행히도 생모짜렐라가 없어서 그냥 토마토만.... ------------- 어제 강화도에 다녀오면서 생각한 일 한 가지.그 동안 김포 신도시가 개발되고, 일산대교와 몇몇 주요 도로들이 건설되었다.지난 수년..

France/Bourgogne 2015.05.02

[yellow tail], Reserve, Special Selection, Cabernet Sauvignon, 2012

[yellow tail]ReserveSpecial SelectionCabernet Sauvignon2012 지난 주말에 개봉해 마시다 남아 냉장고에 넣어둔지 이틀이나 지났다.비록 (당연히도) 향기의 즐거움은 사라졌지만 맛의 힘은 아직도 꽤 생생하다.이런 경우 대부분 맛이 순돌순돌해지거나, 시어버리기 일쑤지만이놈은 짱짱한 편이어서 기특하다. ------------------ 긴 연휴의 끝자락인 그 주말에 큰 처남네가 와서 집에서 저녁 시간을 함께 했다.먼저 마신 Beaune, Dominique Laurent, 2007은 야심작이었지만,불행하게도 코르크 불량이었다. 다행히 마시기에 별 어려움은 없었지만,붉게 차올라 딱지 앉은 코르크의 모습이 만들어낸 불편한 첫인상이입 안의 즐거움에 대한 확신을 퇴색시켰다.D..

Others/Australia 2015.02.24

Pouilly-Fuisse, 2010, Vincent Girardin

Pouilly-FuisseLes Vieilles Vignes2010Vincent Girardin 한 여름에 짜증을 더하지 않으려고 좋은 와인만 골라서 맛보고 있다.기분 풀자고 마신 와인이 오히려 피곤함을 더하게 되면 약이 아니라 독이 될까 두렵기 때문이다. 선풍기를 회전시켜 놓고, 책상 위에 다리 하나 걸치고, 뒤로 제껴 앉아"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을 읽고 있다.첫 페이지 양로원 탈출 장면부터 영화 보듯이 빠져들고 있다.'알란'이 도망치며 장면을 바꿀 때마다장단 맞춰 따라 마신 차가운 Pouilly-Fuisse가Chardonnay의 경쾌함과 향그러움으로 언어해독 능력을 배가시키니몇 잔째인지 알아채지도 못한 채 계속 마시고 있다.(책장이 술술 잘 넘어간다.) 백살 먹도록 늙어서도순간의 영감과 충..

France/Bourgogne 2014.07.25

Bourgogne, Hautes-Cotes de Nuits, "Dames Huguettes", Andre Goichot, 2011

Bourgogne Hautes-Cotes de Nuits "Dames Huguettes" Andre Goichot 2011 Bourgogne Pinot Noir 특유의 개성이 충만하다. 차갑게 식혔음에도 불구하고 신선하고 자극적인 표현을 마구마구 분출한다. 샤워 후에 차갑게 마시는 와인이 맥주 한 캔 못지 않은 청량감을 선사한다. 단지 시원할 뿐 아니라 찌릿찌릿한 전율과 통쾌함도 간간이 보여준다. ["She's Electric", Oasis, Morning Glory?, 1995] ------------------ 사무실에 있는 커다란 해피 트리 (행복수) 한 그루가 오랫동안 시들시들 노오란 잎들을 떨구고 있다. 작년 가을 처음 들여온 후 얼마 지나지 않아서부터 부실해지기 시작하기에 중간에 창가 통풍이 ..

France/Bourgogne 2014.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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