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ques de Casa Concha, Cabernet Sauvignon, 2009
심야, 휴일 가리지 않고 윗집에서 들려오는 각종 소음은
집안의 평화를 깨뜨리는 작은 불청객이다.
전에는 인터폰을 눌러볼까, 경비아저씨를 불러볼까 하고
궁리한 적도 있었지만, 망설이다 끝내 포기하고 만 것을
지금은 다행으로 생각한다.
내가 윗집에 불편한 속내를 드러내지 않은 이유는
1. 첫째, 우리집도 그리 좋은 윗집은 아닐 것이기 때문이고,
아랫집에서도 크게 뭐라고 한 적이 없어서다.
살면서 겸손해야지 괜히 왕왕거릴 일이 아니다.
2. 막상 불평을 전한다면 어떤 반응이 올까?
최선의 경우 미안하다는 말은 듣게 되겠지만
소음이 개선되리라는 보장이 없다.
그 소음이라는 것이 그네들의 삶의 방식인데
내 불평 한 마디로 고쳐질 것 같지 않기 때문이다.
3. 최악의 경우 상대방이 기분 나쁘다며 대들고 나오면
그땐 대처가 난감하기 때문이다.
이후로 내 생활은 내 대응방식이 어떤 것이냐에 관계 없이
정말 형편 없이 기분 더러운 일의 연속이 될 것이다.
그때는 정말 소음 불평을 안하니만 못한 결과를 맞게 될 것이다.
경찰에 신고할 필요가 있을 정도의 사건이 일어나지 않는 한
그냥 동네 밖에서 들려오는 개 짖는 소리인양
무심히 지낼 일이다.
와인 한 잔과 함께라면 소음을 무디게 하는데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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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ques de Casa Concha
Cabernet Sauvignon
2009
Concha Y Toro
Chile
이 와인 좋다.
두툼한 쇠고기 구이와 함께 하면 훌륭할 거다.
좀 단순한 편이긴 하지만,
튀는 것 없이 전반적으로 준수하고 깊이도 있는
믿음이 가는 듬직한 친구 같은
모든 면에서 과하지 않고 적절한 그런 느낌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타닌이 점점 강해져서 입안이 뻑뻑할 정도가 되지만
음식 궁합이 좋다면 올라오는 타닌은 더 좋은 촉매가 될 듯하다.
["Serbian Blue," George Benson, Bad Benson, 1974]